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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의 법률칼럼] 검사가 독점한 영장청구제도 개혁해야
  • 서보학
  • 승인 2018.03.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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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 6월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정치권, 언론계, 법조계, 학계를 막론하고 개헌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국가대혁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타오르고 있는 지금 국민주권원칙과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의 강화, 다양한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이라는 제목 하에 개헌안에 반영되어야 할 여러 안건들에 대해 국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고 있는 중이다. 그 안건 중에 하나가 바로 영장청구제도의 개혁이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할까?

영장제도는 수사기관이 체포·구속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려고 할 경우 법원이 사법적 심사를 통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강제수사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 제12조 및 제16조는 법원에 의한 영장심사를 보장하면서도 영장의 청구권한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다. 예컨대 직접 수사하는 경찰이 강제수사를 위해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경우에도 법원에 직접 청구가 불가능하고 반드시 검사에게 영장신청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가 모든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문고리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 헌법 조항은 지난 1962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부의 주도 하에 단행된 제5차 개정헌법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현재까지 별다른 논의 없이 존속되고 있다. 이 조항의 취지는 법률전문가인 검사로 하여금 영장에 대한 사전 통제를 하도록 하여 기본권 침해방지를 위한 이중적 장치를 둔데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당시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했던 군부정권이 정권강화 및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말 잘 듣는 소수의 검찰조직에 형사절차상 권한을 집중해 준 것에 있는 것으로 다수 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검사의 영장사전통제가 무분별한 영장청구를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헌법에 근거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현재 막연히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압도할 만큼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어 무소불위(無所不爲)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핵심장치로 악용되고 있다. 검찰이 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장치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검찰 스스로에게는 법의 칼날이 미치지 않는 성역에 위치시키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상태에서는 검사 비리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13년 건설업자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던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거듭 체포영장을 기각해 사실상 경찰수사를 좌절시킨 뒤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좋은 예이다. 전·현직 검사들의 비리를 캐기 위한 경찰의 계좌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 의해 기각되는 일도 다반사이다. 부패척결기관인 검찰이 반복되는 검사들의 내부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전관예우 비리의 주요 발생원인이 되고 있다.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사가 봐주고 싶은 개인 또는 기업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등의 강제수사가 진행되기 어렵고 따라서 이 지점에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집중적인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전관예우로 수백억을 벌어들여 구속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탁월한 능력도 사실 이 독점제도의 덕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도 고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횡령혐의를 받는 모 대기업 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청구를 검찰 단계에서 기각시켜 주고 수억 원의 고액 수임료를  받은 사실은 변호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인 발전을 저해하는데 있다. 영장청구권자를 누구로 할지의 문제는 사법제도의 발전 및 수사체계의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입법사항에 속한다. 예를 들어 일본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의 경우 신중을 기하기 위해 검사에게 청구권한을 주고 있지만 증거수집을 위해 필요한 압수수색영장은 직접 수사하는 경찰에게 청구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한국과 같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을 경우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제도의 발전적 개선이 불가능해 진다. 알박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되더라도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한 경찰수사는 여전히 검사에게 종속되고 통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선진국의 헌법에서는 비슷한 조항을 찾을 수가 없고 영장제도는 모두 입법사항으로 규율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허용할 경우 영장의 남발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영장발부는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이는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법원통계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경찰 측의 영장청구보다 검찰 측의 영장청구에 대한 기각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 무리한 영장청구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이미 강압수사와 무리한 기소로 수많은 인권침해를 야기한 검찰이 영장문제와 관련하여 인권보장기관임을 자처하는 것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실제 2016년 대한변협은 과거 10년간 검찰조사를 받은 100여명의 시민이 자살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관행이 인권침해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민들은 국정농단사태 초래의 제1 공범으로 검찰을 지목하였고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부패검찰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였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한 제1의 개혁과제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과 아울러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제도를 개선하여 권한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는데 있다. 올해 개헌에서는 검사 독점 영장청구권조항을 삭제하여 합리적인 사법제도발전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

그리고 개헌 전이라도 검사의 부당한 영장기각에 대해서는 법원의 사법심사를 받을 수 있는 이의제기절차를 형사소송법에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홈페이지의 여론조사에서는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85% 이상을 달리고 있다(2018년 3월 5일 오전 현재). 국민들의 의사도 명확하지 않은가!

서보학  suhbh@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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