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속인주의 적용 신부 수사 착수 검토, 피해 여성 소재 파악 중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가톨릭 수원교구 소속 한 신부가 해외 선교활동 당시 봉사를 위해 동행한 여성 신도를 수차례 성폭행 시도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 동안 개신교 목사와 불교 승려 등 타 종교에 비해 가톨릭 신부의 성추문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타 종교 성직자들보다 도덕성 등에서 신뢰를 받아왔기에 이번 성추행 사건은 가톨릭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이번에 폭로된 가톨릭 수원교구의 성추행 사건이 그동안 쉬쉬하며 은폐하기 바빴던 종교계의 미투운동으로 번질 것으로 보여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가톨릭 수원교구 소속의 한모 신부의 여성 신도 성추행과 관련해 ‘속인주의’를 적용하고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속인주의’는 외국에서 자국민이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면 외국의 형법에 적용되지 않고 국내 형법이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외국에서 성폭행 시도가 있었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자국민일 경우에는 국내 형법에 따라 수사와 처벌도 가능하다. 

현재 경찰은 수사에 앞서 한 신부와 피해 여성 신도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피해자와 가해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수원교구를 찾았지만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라는 수원교구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한모 신부는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에서 한 신부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여성 신도의 폭로가 나온 직후 이달 25일 가톨릭 수원교구로부터 주임신부 정직처분을 받았다. 

현재 정직처분에 받은 한 신부는 내부 규정에 따라 모처에서 회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한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시 소재 광교1성당은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미사는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임시 폐쇄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의 직접적인 진술을 확보한 뒤 진술에 따라 한모 신부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의 중심이 된 누리나라 가톨릭 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서양권에서는 가톨릭의 본산 로마 교황청의 최대 골칫거리로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을 비롯한 성 관련 사건이 최대 이슈로 부각 된 지 오래됐다. 우리나라 가톨릭에서도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을 뿐 사제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례는 적지 않았다는 정보가 내부에서 들려오고 있다.

가톨릭의 한 사제는 “한국 가톨릭에서 성폭력과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게 처리해온 관행이 있다. 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부분의 교구는 해당 사제를 외국에 있는 교민 대상 성당이나 선교기관에 발령을 내는 식으로 미봉해왔던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가톨릭 교황청은 빈번히 일어나는 사제의 추악한 성범죄 사실의 심각성을 인정해 지난 2011년 신앙교리성에서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처리지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나라별 각 지역 교구에 지침 마련을 지시했다. 한국가톨릭주교회의도 2012년 예방 프로그램 등 지침을 통해 시행 중이다.

물론 성추행과 성폭행 문제에는 타 종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종교계는 성추행과 성폭행 사건에 대해 은폐하거나 눈가림식 미봉책으로 대처해왔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스님들의 성추문 사건이 터질 경우 사건을 조사하고 진위를 확인하는 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직무정지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한 뒤 사후 조사를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성희롱 예방교육은 교육원 차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8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재단법인 소속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1일에 있었던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성범죄방지 프로그램을 수강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는 2월 28일 이사회를 열어 법진 스님 건에 대해 ‘성추행은 아니다’라는 보고를 채택해 신도들과 일반인에게 지탄을 받았다.

개신교 또한 만찬가지다. 서울 용산 삼일교회의 전병욱 목사는 전 목사가 재직하던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건의 성추행이 고발돼 기독교공동대책위까지 결성되고 사실상 대법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전 목사가 속한 예수교장로회 합동노회나 총회 등에서는 재판결과를 유야무야로 만들어버리고 전 목사는 권고사직 1년 반 만에 새 교회에서 목회를 재개했다.

이렇듯 종교계의 성추행과 성폭행은 종교적 권위주의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만큼 성직자와 신자 간의 처벌 못지않은 종교적 도덕성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직윤리운동위원장 신동식 목사는 “신자들 중에는 여전히 ‘목사를 통해 복이 들어온다’는 식의 샤머니즘적 신앙으로 ‘목사에게 저항하면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기독교는 간음이 죄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고 하나님은 불의한 자들을 통해 활동하지 않는다는 각성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