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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최초 KBS 사장 출사표 던진 이정옥 전 글로벌센터장 “지금이 위기이자 개혁의 기회”전쟁과 지진, 테러현장 누빈 30여년 베테랑...“위기 직면한 공영방송 살리는 첨병 역할 할 것”
  • 허홍국 기자
  • 승인 2018.02.2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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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허홍국 기자] '30여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기자', '현장통' '방송기자 최초 여성 파리특파원'... KBS(한국방송)신임 사장 후보 지원자 13명 중 유일하게 여성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정옥 전 KBS 글로벌센터장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이 후보자는 김주열 군 사망사건을 특종 보도한 부친 고(故) 이강현 동아일보 기자의 딸이다. 언론계에서 보기 드문 부녀(父女) 기자다. 지난 1999년 코소보 전쟁터를 누비며 참상을 전했던 주인공이다. 아직도 KBS에서 이 후보자는 살아있는 전설의 현장통이자 국제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KBS기자로서 코소보, 이라크전 등 전쟁 지역 취재와 예멘의 서기관 가족 납치사건, 터키지진 현장 등 세계의 분쟁지역과 치열한 현장을 발로 뛴 덕에 생겼다. 특히 코소보 공습이 끝난 직후 한국기자로서는 가장 먼저 코소보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세르비아가 알바니아인들을 산채로 묻은 인종학살무덤을 취재한 일은 언론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종의 대사건이었다.

아울러 강경한 회교 원리주의 이란에 잡입해 여기자 최초로 차도르를 쓰고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한 달 간 취재했다. 이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차도르 속에 부는 개방 바람’은 국내 최초로 방송돼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청자들은 아직도 그 감동의 다큐멘터리를 뚜렷히 기억한다.

이번 신임 사장 선출은 KBS 내부에선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선례를 남기는 일로 여겨진다. 김상근 KBS 신임 이사장도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이사회가 독점했던 사장 임명 제청권을 제청 후보의 공약을 듣고 그룹별 토의를 거친 시민자문단 150명의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신임 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 23일까지 약 8개 월 간이지만, KBS 입장에선 그동안 분열된 조직의 화합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시기다.

KBS 사장 후보에 도전장을 낸 유일한 여성 후보자인 이정옥 전 KBS 글로벌센터장을 만나 지원 동기와 포부, 앞으로 KBS가 자향해야 할 좌표 등에 대해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봤다.

- KBS 사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공영방송에 대한 도전은 5공화국 때 입사해 6공화국에 이를 때까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억압을 느꼈다. 특히 5공화국 시절 문화부에 근무할 때 북풍을 공작하기 위해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라는 3S 정책을 통해 당시 국민들의 시선을 정치 외적으로 묶어두는 현실을 목도하고, 당시 전두환 대통령 부인인 이순자 여사 보도를 아름답게 포장해 보도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도현장에서의 모순에 대한 갈등과 고민으로 일시적인 과민성 대장염 증세까지 왔고, 당시에는 여기자로서 좋은 출입처로 인식되었던 문화부를 떠나 내근부서인 국제부로 옮겼다.

개인적으로는 언론 역할의 몸부림이 자유당 집권 시절 4.19혁명을 통해 시작됐다고 보는데, 그것은 당시 전국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여론이 비등할 때 항구도시인 마산의 시민들은 총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채로 해변가에 버려진 16세 마산상고생 김주열(金朱烈)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 당시 동아일보 특종 보도로 전국으로 번지는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이 수년간 망가진 공영방송 KBS 개혁의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전체를 아우르고 공영방송이 처한 위기이자 기회인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된다. KBS 전체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화합을 이루고,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찾아야 하기에 이번 신임 사장 후보에 지원했다”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들로부터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특히 예능과 드라마를 빼고 뉴스는 공신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공정성은 집권한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먼저다. 5,6공화국 군사정부를 거쳐 문민정부 때 KBS는 비판 매체로 부각됐다. 문민정부 초기 기자와 PD가 함께 만든 ‘9시 뉴스 현장’ 10분 꼭지 코너를 통해 보사부(현 보건복지부)의 뇌물 비리 현장을 포착해 보도하는 등 사회 부조리 고발을 많이 했다. 당시 홍두표 KBS사장은 제작 부서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이 드러났지만, KBS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사장 임명의 빚이라고 할까. 이제는 KBS수장의 도덕성 무장이 필요하다. 물론 정치 선진화도 수반돼야 된다. 공정보도는 정치, 사회 굴곡을 같이해 함께 발전해야 가능하다.”

- 다른 KBS 사장 후보들에 비해 본인 강점은 무엇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KBS 문제점은.

“기자로서의 취재활동만이 아니라 공영방송인으로서 시청자를 위한 투철한 봉사정신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으로 근무할 때 국민을 위한 지상파 정책을 추진했고, DTV 코리아 사무총장으로서는 전국 각 지역의 난시청 지역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직접 안테나 설치 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약화돼 가는 지상파 시청자들을 무료시청으로 이끌어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KBS 구성원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전임 사장이 최근 노조 파업을 통해 물러났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구성원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이를 조심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래야만 한 목소리로 언론 본연의 소리를 낼 수 있고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종편과 케이블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시청자의 선택도 지상 방송파에 머물지 않고 있다. KBS만의 드라마, 예능, 뉴스 등에서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드라마와 예능은 KBS만의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이다. 예를 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등 가족 관찰 프로그램과 같이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즉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는 정치,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독립돼 보도하는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정보가 다채널로 유통되면서 지상파 방송이 위기를 맞은 만큼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채널인 KBS world를 살려 지역 음식점 광고가 아닌 글로벌 기업 광고를 유치해 자본으로부터 외풍을 막고,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는 KBS 수장이자 언론인으로서 양심과 의지를 갖고 보도 시스템을 정착해 견뎌낼 것이다. ”

- 아버지에 이어 기자가 됐다. 보기 드문 부녀 기자다. 4.19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사망사건을 특종으로 잡아내 보도한 아버지 고 이강현 기자에 이어 여성 기자로서 코소보 전을 취재해 보도했다. MBC에 이진숙이 있다면 KBS엔 이 후보자가 있었다. 35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취재 사안이 있다면.

“1999년 코소보에서 코소보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알바니아계 민병대가 세르비아의 군사 시설을 습격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세르비아가 공격을 가하면서 코소보 전쟁이 반발하면서 인종학살무덤을 취재한 일이다. 한국기자로서는 가장 먼저 코소보에 들어가 세르비아가 알바니아인들을 끔직한 사건 현장을 국내에 알렸다. 위험이 곳곳에 많았다”

- 국제부 최초 여기자, 30여 년 간 경력의 베테랑으로서 전쟁과 지진, 테러 등 현장을 누빈 현장통이자 국제통. 이정옥 후보를 수식하는 말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KBS는 종편, 케이블 등 다채널의 등장, 최근 10년간 KBS답지 않은 보도 행태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 KBS가 그동안 쌓인 적폐를 개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중하게 전진 변화를 해야 한다. KBS개혁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전 구성원으로부터 경청하는 자세를 지닌 리더가 되겠다.”

이 후보자는 1979년 TBC 보도국 아나운서로 입사해 그 이듬해 언론통폐합으로 KBS에서 기자로 전직, 언론인으로서 국제부, 문화부, 경제부를 돌며 36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는 1993년 차도르 속에 부는 개방바람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1998년 이라크 공습, 1999년 코소보 전쟁, 2000년 터키 지진을 보도하는 등 세계와 국내 현장을 누빈 현장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오는 2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류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자 3명을 선정, 24일 정책발표회를 통해 시민자문단의 평가를 40% 비율로 반영한 뒤 26일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허홍국 기자  skyh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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