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재협회 "중소·영세업자 생활터전 붕괴"…유진기업 "집객효과로 인근상권 활성화"

국회 정론관에서 송치영 한국산업용재 비상대책위원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사진=한국산업용재 비상대책위원회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유진무한(有進無限) 유진기업이 소비자 대상 주택보수전문 DIY 매장 진출을 앞두고 촉발된 관련업계와 갈등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즉각적인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유진기업은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대안 제시"를 제안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택보수전문 DIY매장 'ACE 홈센타' 개설…일반 소비자 대상  

유진기업은 오는 3월 개장을 목표로 에이스 홈센타 금천점 개장을 준비중이다. 홈센타는 100~500평 규모의 일반 소비자 주택 보수전문 DIY(Do it yourself)매장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자신의 집을 가꾸고 가꾸고 유지, 보수하는 데 필요한 생활용품을 취급할 방침이다. 원예·애완(461종), 생활용품(4360종), 차량용품(658종), 인테리어(1963종), 전기.조명(739종), 공구(5809종), 하드웨어(3620종) 등 총 2만2695종을 판매할 계획이다. 

유진기업은 현재 파일럿 개념의 첫 매장으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에이스 홈센타 금천점을 준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5년내 전국에 20개 가량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목표다.

주택보수전문 DIY매장은 2005년 처음 선을 보였다. 당시 유럽 최대 홈 인테리어 유통 브랜드인 비앤큐(B&Q) 서울 구로와 경기 구리에 국내 최초의 DIY매장을 열었으나 매출부진으로 2년 만에 조기철수했다. 

이어 KCC가 2010년부터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전문매장인 홈씨씨 인천점과 울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테리어 기본자재부터 철물, 페인트, 욕실, 자재, 창호 등 3만점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다이소와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문고리닷컴, 빅마켓, 하이마트 등에서 공구하드웨어와 페인트, 케미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생활용품과 잡자재 등은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플라자, MS유통, 남문건축자재산업, 대양혼수총판, 대일종합상사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현재 한국에는 일반 소비자들이 집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소형 전동공구 1개, 시멘트 못 10개, 일반 철못 크기별 각 10개 이하, 망치, 250mm 페인트, 붓 한 개, 벽지 3롤, 철사 3m, 전선 종류별 3~5m, 가구 손잡이 등 필요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공구상, 철물점, 지물포, 페인트 판매점을 돌아다녀야만 하는 상황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원스톱 쇼핑이 가동하도록 홈센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홈센타 금천점과 시흥유통상가와 거리. 자료=유진기업

"향후 5년내 수도권 등 전국 100개 매장 진출"…관련협회 "생존권 앗아갈 것"

유진기업의 주택보수전문 DIY매장 진출 계획에 산업용 자재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그룹 핵심계열사인 유진기업은 2017년 레미콘과 건설사업을 통해 1조1000억원대 연매출(연결기준)을 기록했다. 거대기업이 해외자본을 조달해 주택보수전문사업에 진출하자 영세소상공인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반발하는 형국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는 최근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철물류 도소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용재협회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미국계 협동조합 대형 산업용재마트 그룹인 에이스 하드웨어와 10년간 계약을 맺고 오는 3월 금천구 독산동에 연면적 2500㎡(약 755평) 규모의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용산, 잠실 등 수도권 20개 매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거점에 약 100여개의 매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협회 측은 에이스 홈센타 금천점이 예정대로 개장할 경우 현재 영업 중인 금천, 구로, 안양, 수원지역 회원사 1만5000여 곳의 산업용재협회 회원사들의 매출은 반토막이 나고 수 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은 단순히 경쟁업체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집단 단업용재상가 및 전기 자재, 포장자재, 엔진, 배관자재, 펌프, 바퀴, 운반구 등을 취급하는 업계 전체를 무너뜨리는 신호탄으로, 이는 대기업의 횡포라며 즉각적인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유진기업의 산업용재 마트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 사업개시를 일시 정지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중기벤처부가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이, 유진기업이 산업용재·건자재·철물류 시장에 진출할 경우 주변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기업은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과 자율 합의를 하거나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 문을 열 수 없다.

한국산업용재협회 관계자는 "향후 5년내 3만9000명의 산업용재분야 종사자가 실업자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역의 상권을 완전히 잠식해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산업용재분야는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유진기업의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주타겟 고객이 다르며, 기존 유통상가와 이격거리가 상당해 오히려 집객효과를 통해 인근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역상인들과 상생을 위해 지역 내 도매업자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고 지역상공인 추천인사 채용을 약속하는 등 상생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면서 "사업철수에 준하는 요구로 제대로 된 논의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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