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피팅모델 여성 쇼핑몰 대표에 2차 강요당해..."편견 걷어내야"

최근 일부 성추행 피해 남성들도 미투 운동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성범죄·성폭력 피해는 남녀가 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각계 각층에서 여성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성추행 피해 남성들도 '미투운동'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서는 성추행 피해 남성들의 경험담이 수시로 올라오며 잇따른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OO실내수영장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수영교실을 교육하는 강사A(23)씨는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했고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오전·오후 두 번씩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수영장에 오는 아주머니들이 강습을 핑계로 물속에서 엉덩이를 만지거나 일부러 안기는 일이 자주 있어 수치심을 느낀 A씨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아주머니들은 뭐 어떠냐 만지면 닳느냐며 장난처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서 피팅모델로 활동중인 모델 B씨(22)는 최근 국내 유명 의류쇼핑몰에서 상품촬영 후 뒤풀이 자리에서 40대 쇼핑몰 여성대표에게 노골적인 성적 요구를 강요당했다. 유부녀인 여대표는 B씨에게 “내가 쇼핑몰을 5개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면 B씨에게 스폰을 하겠다”며 옆에 앉아 밀착하며 과도한 스킨십과 함께 2차를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여대표가 워낙 쇼핑몰계에서는 거물이고 인맥도 넓어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일자리가 끊길 것을 우려해 수치심을 참는 수밖에는 없었다고 당시 상황에 분노를 자아냈다. 이어 B씨는 “성추행에 성별이 어디에 있느냐 여성 성추행과 남성 성추행이 뭐가 다르냐”며 남성 성추행은 범죄가 아니냐며 분노했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커피전문점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C씨(20)는 나이는 어리지만 바리스타를 꿈꾸며 열심히 일했다. C씨는 처음에는 자신을 보살펴주는 30대 남성사장이 너무나 고마웠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을 일방적으로 애인처럼 생각하며 과도하게 스킨십을 요구했다  

이에 C씨는 “저는 사장님과 성적취향이 다릅니다. 이러지 마세요”라고 과도한 스킨십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장은 “내가 뭘 어쨌다고”라며 두루뭉술 회피했고 더욱 노골적인 성적 스킨십을 요구해 C씨는 결국 커피전문점을 그만뒀다.

최근 이렇듯 피해 남성들의 미투 운동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서 여성들의 성추행 피해 폭로만 이어졌다고 보는 피해 남성들 때문이다. 피해 남성들은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폭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 성추행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 남성들의 미투는 일부 여성들의 시각에서는 달갑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의 90% 이상은 여성이고 지금까지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차별과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남성의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여성들이 주도해 사회정화운동으로까지 이어진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투운동에 동참한 피해 남성들은 “성적 수치심에 남녀구분은 없다, 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참을 수 밖에 없나.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이유와 너무도 수치스러워 폭로를 못했을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우리 사회엔 성범죄를 대할 때 ‘유혹하는 여성’과 ‘수동적 남성’이라는 각본을 대입해 피해 여성의 잘못을 짚어 내려는 잘못된 사회 통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의 2차 피해가 불가피하고 남성의 피해 사실이 드러나도 이를 범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범죄에서 성별을 의식적으로 거세하고 사건 그 자체를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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