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23주년 공연에서 남편 손준호와 극중 부부연기 기대

23주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돌아온 김소현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국내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지킬앤하이드’의 엠마 등 사랑스럽고 연약한 이미지로 각인된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타이틀롤로 캐스팅됐다. 

사실, 카리스마를 겸비해야 하는 타이틀롤 명성황후를 그녀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 뮤지컬계조차도 걱정의 목소리와 함께 ‘미스 캐스팅’이라는 우려가 깊었다. 하지만 김소현은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연기했던 명성황후와는 다른 새로운 명성황후를 탄생시켰다. 구한말 어지러운 정치상황속에서 악랄하게 그려진 명성황후와는 다른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여성성을 부각시켰다. 

극 중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혼이 돼 부르는 마지막 피날레 ‘백성이여 일어나라’에서 그녀가 만든 폭발력은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공연은 연회 매진됐고 김소현은 명성황후역으로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김소현은 오는 3월6일부터 4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23주년 ‘명성황후’에서 다시 타이틀롤을 맡으며 다시 한번 찬란한 영광에 도전한다. 그녀는 “3년 전 공연에서는 명성황후의 카리스마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그걸 표현하는데 급급했다. 이번에는 한발 물러서 전투적인 모습이 아니라, 여자이고 결혼도 했고 아기도 있는 입장에서 서고 싶다. 극 중에서 왕비로 태어나지 않고 한 여자로서 남편과 아이를 키우면서 오순도순 정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내면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다. 그런 부분을 더 깊게 가지고 가다 보면 명성황후의 삶에 이유가 더 충분히 생기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김소현의 ‘명성황후’ 재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3년 전과는 다른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KBS 창사 45주년 특집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그녀는 녹화 현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명성황후’ 예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담도 컸지만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이고 아픈 역사를 다뤘기 때문이다.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마치 합창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더라. 당시에는 저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는데 새로운 명성황후를 보시고 좋아하셨던 것 같다. 선배들이 명성황후 역을 카리스마 있게 잘 해주셨기 때문에 부담이 됐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서 관객들이 공감을 해주신 거 같다. 기대감이 무섭다는 걸 이번에 더 느끼고 있다.”고 이번 공연준비에 소감을 말했다.

이번 ‘명성황후’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김소현의 남편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극중에서도 남편 고종 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현실과 같이 극 중에서도 부부를 연기하는 것이다. 

“부부가 되기 전에 뮤지컬에서 연인 역을 맡기도 했지만, 부부가 돼 뮤지컬에서 부부 연기를 하니까 좀 더 편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원래 일상에서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계속 한다. 주고받는 게 많은데 동요를 불러야 하는 아들 주안이가 어느날 ‘주상께서’라면서 명성황후 속 고어 대사를 하더라.”며 남편 손준호와의 호흡을 기대하게 했다.

김소현은 한 때 뮤지컬 출연만 고집했었다. 덕분에 그녀는 부담감에 곤혹스러워 했는데 지난 2012년 MBC TV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를 맡으며 방송 나들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부담감이 지울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뮤지컬배우는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장소에서 관객들을 만나는데 반해 TV를 통해서는 더 많은 분들을 만날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면서 “결혼 전에는 제가 나가야 할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문을 넘어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준호 씨가 적극 추천해서 출연하게 됐고 터닝 포인트가 됐다. 바깥양반에게 고맙다”고 웃었다. 

최근 김소현의 행보는 도전의 연속이다.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명성황후’는 물론이고 결혼 후 출연한 작품으로 자유분방한 삶과 사랑을 꿈꾸다 비운으로 삶을 끝내는 ‘엘리자벳’의 황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작품에서 ‘황금의 별’을 부르기 위해 무대 뒤에서 초초하게 기다려야 했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이 그랬다. 

과거 드라마 ‘왕과 나’에서 내시의 처역을 맡아 악역을 선보였던 김소현은 “엄마 역이나 극 중 조연도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여정을 보여줄 수 없는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역이 정말 어려웠던 이유”라면서 “도전을 할 때마다 망설이게 되지만, 제가 소화할 수 없는 정말 섹시한 역할만 아니면 어떤 역이든 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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