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강렬한 열창에 전 세계인 시선 사로잡아

소프라노 황수미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세계가 주목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평창이라는 백두대간의 한 공간을 인문과 과학으로 멋지게 빚은 ‘한겨울 밤의 동화’였다. 고구려 벽화 속 사신도와 하늘과 땅을 잇는다는 전설의 인면조 등 토속의 신화를 바탕으로 했고 드론·LED 등 최첨단 기술이 융헙돼 제대로 버무렸다. 

지난 9일 개막식에서 독하디 독한 추위속에서도 전설의 사슴 루돌프처럼 빨간 코로 ‘올림픽찬가’를 섬세하고도 강렬한 그리스어로 열창하던 우아한 한국인 소프라노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림픽 찬가는 개회식의 꽃이다. 동계, 하계올림픽 개막식은 물론 IOC 총회에서도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하이라이트다. 그러기에 올림픽 찬가를 부르는 소프라노 황수미(32)는 일반인 사이에서 누구인지하는 신비한 물음표로 떠올랐다.

올림픽 찬가는 1896년 최초의 근대올림픽 아테네 올림픽에서부터 불려졌고 1958년 공식 찬가로 제정돼 4년마다 동·하계올림픽에서 한번씩 들을 수 있다.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몽세라 카바예, 알프레도 크라우스가 불렀고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톱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이 곡을 열창했다. 

이번 올림픽 찬’를 부른 황수미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가 디자인한 금빛과 흰색 등이 어우러진 품격 있고 우아한 한복 드레스를 입었다. 이러한 황수미를 개막식에서 본 네티즌들은 마치 선녀를 본 반응을 나타냈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2014년 국제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이 자랑하는 3대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잇는 차세대 월드 디바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현재 세계적 명성의 독일 본 극장(Theater Bonn)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개막식 다음날 바로 독일의 스케쥴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한 황수미는 지난 2014년 광복절 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반주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인 헬무트 도이치와 리사이틀, 프랑스의 대표 챔버 앙상블인 앙상블 마테우스의 첫 내한공연 협연자 등으로 국내보다는 유럽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올 시즌 독일 본 극장에서는 ‘잔니 스키키’ 라우레타, ‘피가로의 결혼’ 수잔나 역으로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다. 하반기 시즌에는 독일 비스바덴 극장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돈나 안나역을 맡는다. 

7월에는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로 암스테르담 콘서트허바우와 모차트르 ‘레퀴엠’을 연주하고, 2019년 상반기에는 프랑스 앙상블 마테우스의 헨델 ‘리날도’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9일 개막식에서 전설의 사슴 루돌프처럼 빨간 코로 ‘올림픽찬가’를 섬세하고도 강렬한 그리스어로 열창하던 한국인 소프라노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수미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발성과 표현력이 발군이다. 힘이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목소리가 소프라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다. 

여전히 동양인 여성에게 벽이 높은 유럽 클래식 음악계지만 황수미는 다행히 아직은 배역을 맡는데 동양인이라서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했다. 

올해 그녀는 국내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 분주한 일정을 쪼개 3월 31일 통영국제음악제 보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시작으로, 4월1일 슈만 ‘시인의 사랑’ 출연, 4월7일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4월 27~28일에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베르크의 ‘일곱 개의 초기 가곡’으로 한국 초연을 할 예정이며, 8월에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2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선다. 올해 말에는 자신의 데뷔앨범을 녹음할 예정이다. 이 앨범은 2019년 초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발매될 예정이며 이를 기념해 고국에서 리사이틀도 개최한다. 

황수미는 “무대를 위해 뒤에서 도와주신 많은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개막식 이후 보내주시는 관심만큼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만나 뵐 수 있길 기대 한다. 추운 날씨였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 아마 평생 머릿속에 강한 그림으로 남아 있을 거 같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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