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집행유예 석방, 휴식 뒤 경영복귀 수순...새로 드러난 비자금에 다스 논란까지 첩첩산중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며 풀려났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이 부활했다. 

삼성가(家) 황태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투자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30조 규모의 평택 투자를 곧바로 발표하는가 하면, 미루고 미뤘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 역시 복귀 이틀 만에 전격 진행됐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재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경영복귀를 미룬 상태다. 법원 결정 이후 곧바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의료원을 연이어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외부활동이 없는 상태다. 집행유예로 자유를 되찾기는 했지만, 유죄를 받은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을 둘러싼 외부 분위기는 한층 더 냉랭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축배를 들어도 마땅찮을 판국이지만, 새롭게 드러난 비자금에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다스 논란까지 불거지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의 몸으로 광폭행보를 준비하는 이재용 부회장 앞에 펼쳐진 걸림돌을 살펴봤다. 

전 계열사 CEO 50대 구축...삼성, 스피드경영 워밍업

장장 3개월을 끌어왔던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지난 8일 마무리됐다. 이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신임 사장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일 만에 전자-물산-금융으로 이어지는 그룹 3대 축의 사장단을 모두 50대 정비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50대 CEO로 진열을 맞춘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복귀와 함께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결정하는 미래투자 관련 글로벌 M&A 결정과 이사회 개편을 통한 지배구조 구축 등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그룹 CEO들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인사가 단행됐던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의 평균 나이는 55.9세며, 삼성물산 역시 평균 57세에 불과하다. 새롭게 선임된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신임 사장도 모두 1960년대 생이다. 

젊어진 만큼 경영보폭 역시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1년 가까이 멈췄던 삼성그룹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이 잇달아 결정되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이 부회장의 행보 역시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와 함께 대대적인 M&A 및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일 발표한 평택 2라인 증설 등과 같은 반도체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스타트업 벤처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 이틀 뒤인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에 30조원대 규모로 평가되는 반도체 제2라인 증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삼성전자

그룹 내부에서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표류하던 계열사 간 업무 조율과 협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에 이어 금융계열사의 사업지원TF가 본격 가동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3월 창립 80주년과 맞춰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 계획 발표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전자, 물산, 금융계열사 등이 TF를 구성해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내 계열사 간 업무 조율 및 지배구조 개선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창립 80주년을 맞는 3월에 이와 관련된 마스터플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다스 논란에 비자금까지, 광폭행보 앞 걸림돌

그러나 이 부회장 앞에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경영복귀와 관련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2심결과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 검찰의 항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뿐 아니다. 수천억원대 규모의 비자금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건희 자택 공사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4000억원대 규모의 비자금을 새롭게 찾아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 이건희 회장과 그룹 내 임원 3명을 조세포탈 혐의로 8일 기소했다. 이들은 26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했으며, 이와 관련된 세금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발견한 비자금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특검이 수사했던 것과는 별건이다.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발견됐던 비자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비자금인 셈이다. 삼성그룹은 2011년 문제의 차명계좌들을 국세청에 신고하며 1300여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뒤 2014년 실명전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비자금에 대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8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260여개 계좌에서 4000여억원대에 달하는 새로운 비자금을 발견한 후 이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해당 사진은 판교에 자리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진=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 여부를 놓고 정치권을 뜨겁고 달구고 있는 자동차부품기업 ‘다스’ 역시 삼성그룹에 불똥이 튀었다. 검찰이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개입 흔적을 잡고 8일 서초사옥과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2부는 2009년 다스가 BBK투자자문에서 140억원을 환급받는 소송 전에서 다스 측 변호사 비용을 삼성이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던 천신일 세중 회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다른 삼성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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