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3월 4일까지 풍운의 역사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전'

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로 유서 깊은 운현궁은 10여 년간 섭정하면서 왕실집권을 실현시킨 산실이자 집권 이후 대원군이 왕도정치의 개혁의지를 단행한 곳이기도 하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운현궁(사적 제257호)은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잠저이자 생부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사저이다. 

풍운의 한국근대사 유적 중 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로 유서 깊은 곳이다. 어린 아들 고종을 대신해 10여 년간을 집정하면서 왕실집권을 실현시킨 산실이자 집권 이후 대원군의 위치에서 왕도정치로의 개혁의지를 단행한 곳이기도 하다. 

흥선대원군

구한말 개화와 개혁을 쇄국정책으로 가로막고 외세의 침략과 저항의 중심에 있었던 흥선대원군, 그리고 역사의 풍운이 드리워졌던 운현궁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오는 3월 4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전은 구한말 풍운아 흥선대원군의 생애와 운현궁의 역사와 유물을 심도있게 다뤘다. 

전시 제목인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는 운현궁의 안채이자 정치적 공간이었던 노락당에 걸려 있던 노락당기에 수록돼 있는 글이다. 안동 김씨이지만 흥선대원군을 지지하고 충성을 다했던 예조판서 김병학이 짓고 개혁파이자 당시 승정원 도승지였던 박규수가 썼다.

노락당기는 노락당이 크고 웅장해 하늘과의 거리가 다섯 치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도 있지만 운현궁의 주인인 흥선대원군과 아들 고종과의 사이가 한 자 다섯 치 거리만큼 가깝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번 전시는 30년 세도정치의 안동김씨를 몰아내고 어린 아들을 임금으로 앉힌 흥선대원군의 회고로 재구성했다. 아들 고종을 대신해 정국을 이끌었던 정치적 공간 ‘노안당’과 이후에 며느리 명성황후에 의해서 권력을 내려놓고 노년을 보낸 ‘이로당’ 등 운현궁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특히 노안당에서는 스승 추사 김정희에게 서화를 익혀 30대에 당시 최고의 예술가로 명성이 드높았던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흥망성쇠와 정치적 상황을 표현했던 노근란, 석란 등의 작품 전시돼 눈길을 끈다. 

특히 노락당에는 가장 성대한 규모를 자랑했던 고종의 가례 의절을 담은 ‘고종명성왕후가례도감의궤’를 통해 가례 절차와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며느리 명성황후로 인해 권력을 내려놓고 부대부인 민씨부인과 보낸 노년의 모습이 담긴 이로당에서는 최초로‘송수구장십첩병풍’이 공개된다. 이 병풍은 장남이자 고종의 형이자 도승지였던 이재면이 결혼 60주년을 맞이한 흥선대원군 부부의 장수를 비는 아홉 악장을 비단에 써 올린 것으로 전해지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흥선대원군이 권좌의 자리에서 쫓겨나 청나라 보정부에 유폐돼 지냈던 시기에 관련된 유물도 처음 공개된다. 외세에 의해 억지로 유폐된 생활의 어려움을 가족들에게 토로한 짧은 편지들과 손자 이준용의 생일 선물로 그려 보낸 묵란화, 유폐 생활 기록인 『석파잡기』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서울역사박물관이 최근 운현궁으로부터 기증받은 ‘임인진연도병풍’도 놓칠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이 병풍에는 경운궁에서 열린 궁중행사가 그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운현궁을 거니는 기분으로 각 공간에 펼쳐진 흥선대원군의 정치와 예술, 삶과 회한을 마음으로 감응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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