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 기준 2800배 성장...유동부채 높아 곳간 위기, 사옥매각설 '모락모락'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최신예 항공기 A350을 도입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비어가는 곳간을 어이할꼬?”

오는 2월 17일 창사 30돌을 맞는 아시아나항공이 고민에 빠졌다.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는 재무구조 때문이다. 

1988년 국내 제2민항 ‘서울항공’으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은 30년의 세월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출범당시 연 7000여명에 불과했던 여객수는 지난해에는 1951만명에 달하며 2800배 넘게 성장했고, 단 2대에 불과했던 항공기 역시 82대로 40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30년의 세월 동안 외형은 커졌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곳간을 보면 위기감이 느껴진다. 8조4491억원에 달하는 전체 자산(17년 3분기 기준) 중 부채가 7조454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부채 중 절반에 해당하는 3조6298억원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3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는 아시아나항공이 텅텅 빈 기름통(재무구조)을 채우고, 이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88년 '서울항공'으로 출발 30년만에 글로벌 항공사 거듭나

1988년 2월17일은 서울항공으로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의 첫걸음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자본금 50억원에 직원은 800여명에 불과했으며, 보유 항공기는 B737 여객기 2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신예 항공기 A380을 비롯해 여객기 70대와 화물기 12대 총 8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23개국에 자사항공기를 이착륙시키고 있다. 

여객수를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1988년 출범 첫해만 해도 6900여명에 불과했던 여객수가 지난해에는 1951만명에 달하며 무려 2800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만의 색다른 성장사도 눈여겨볼만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95년 세계 최초로 기내 면세 담배 판매를 포기함과 동시에, 전체 모든 노선에서 기내 금연을 실시했다. 이후 글로벌 항공사 대부분이 현재는 모든 노선에서 기내 금역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이듬해에는 글로벌 항공사 최초로 환경경영 국제 규격인 ISO 14001를 인증 받았으며, 2007년 국내 첫 스카이트랙스 5성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국내업체 중 최초로 '항공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ATW 선정 '올해의 항공사'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설립하며 장거리 항공사로 거듭나고 있다. 장거리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맡고, 단거리 노선은 자회사들이 맡는 역할분담을 통해 경영효율화에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2년가지 A350을 32대로 확대해 19개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텅텅 빈 곳간, 자산대비 부채비율 90% 육박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장밋빛 계획은 취약한 재무구조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높다. 텅텅 빈 곳간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7조4540억원로 부채비율은 무려 749%다. 8조4491억원에 달하는 전체 자산 중 무려 88.2%가 부채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1년 이내에 상환해야하는 유동부채가 3조6298억원으로 전체 부채 7조4540억원의 48.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1년 이내 환금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3527억원으로 유동부채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이자를 갚아야 하는 순차입금비율도 430.8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4조7007억원인데, 보유 현금을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4조2873억원이다.

이처럼 열악한 재무부담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 A3, A3에서 BBB-, A3-, A3-로 하향했다. 이는 수익창출능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 큰 문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IFRS16 적용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FRS16는 부채로 인식되지 않던 운용리스를 부채로 잡는 방식인데,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할 전망이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6일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거리 특화 항공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사옥매각설에 자회사 부담까지 첩첩산중

곳간은 이처럼 비워지고 있는데, 써야 할 곳이 많은 것도 아시아나항공의 고민거리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에어서울의 유동성 및 사업비 확보를 위해 250억원 규모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살림살이도 빠듯한데, 자회사 살림에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불거진 광화문 금호사옥 매각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광화문 금호사옥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확인된 사항이 없다”며 진화했지만, 이후 보유 중인 CJ대한통운 주식 매각설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김수천 아시아나그룹 사장은 6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올해 반드시 경영정상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라며 "최신예 기종을 통한 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로의 전환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새로운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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