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액면분할 종목 재상장 후 2개월 뒤 5.5% 하락...실적 및 펀더멘탈 뒷받침돼야

삼성전자가 지난 1월31일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주당 100원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액면분할을 결정해 재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액면분할 후 닥칠 실물시장의 변화추이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00원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의 발행 주식수는 보통주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난다. 거래가격 역시 낮아진다. 주당 250만원대를 호가하는 현재가격이 1:50의 액면분할을 거치면 5만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황제주로 불리던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5만원대에 살 수 있게 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국민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체들은 삼성전자 주식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춰잡고 있다. 액면분할을 거친 이전 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결과적으로는 소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액면분할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증권가의 황제에서 국민주로 거듭나게 될 삼성전자의 주가를 앞서 살펴봤다. 

액면분할 기업들, 소폭 상승 후 평균 5.5% 하락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1:50의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이후 증권업체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증권사들은 이번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단기 호재일 뿐, 지속적인 상승을 불러올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액면분할과 관계없이 삼성전자의 실적이 주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전망은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코스피 시장에서 액면분할을 실시한 고액 주식들이 2개월 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코스피 시장에서 액면분하을 실시한 고가주(주가 10만원 이상) 10개 종목을 추이를 조사한 결과,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결과 2개월 후에 주가가 평균 5.5%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1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은 각각 5개였다.

이중 상승한 종목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 아모레퍼시픽, 애경유화, NS쇼핑, 미원홀딩스 등 5곳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가 액면분할 당일 종가 15만4000원에서 2개월 뒤 16만7000원으로 8.44% 올랐으며, 아모레퍼시픽은 37만6500원에서 38만원으로 0.93% 올랐다. 애경유화는 액면분할 당시 9870원에서 1만1350원으로 14.99% 상승했으며, NS쇼핑은 1만6150원에서 액면분할 후 2개월이 지나자 1만6650원(상승률 3.10%)으로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미원홀딩스였다. 미원홀딩스가 액면분할 당일 종가 6만1000원에서 2개월 뒤 8만1000원으로 오르며 32.7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하락한 종목들은 크라운해태홀딩스, 롯데지주(2회 분할), 경방, 오리온홀딩스 등이었다. 이중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액면분할 당일 종가 6만4300원에서 3만7300원으로 떨어지면 41.99%의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어 롯데지주가 2016년 5월 액면분할 종가 당시 26만원에서 2개월 뒤 19만1000원으로 26.54% 내렸으며, 2017년 10월30일 액면분할에서는 7만400이던 가격이 2개월 뒤 6만5100원으로 하락하며 7.53% 내려갔다. 

경방 역시 1만9150원이던 주가가 액면분할 2개월 뒤 1만5550원으로 18.80% 하락했으며, 오리온홀딩스는 3만2900원이던 액면분할 종가가 2개월이 지나자 20.36% 하락한 2만6200원에 거래됐다. 

최근 3년간 주당 10만원 이상의 고가주 중 액면분할에 나선 10개 종목들. 액면분할을 거쳐 재상장 한 후 2개월이 지나자 평균 5.5% 주가가 하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KRX)

시야를 넓혀 2000년 이후 액면분할을 한 고가주 20종목을 대상으로 하면 주가하락율은 더 높아진다. KB증권은 "2000년 이후 액면분할에 나선 고가주 20종목을 분석한 결과 액면분할 뒤 재상장한 날로부터 2개월이 지나자 평균 7.28% 하락했다"고 밝혔다. 

'애플 효과' 기대하는 삼성전자, 실적이 관건

액면분할 이후 평균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삼성전자가 대규모 액면분할에 나서는 배경은 뭘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현재까지 4차례의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55만원이던 주가를 10만원선(2014년 주식분할 당시 가격)까지 내려놨다. 하지만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며 최근에는 18만원대를 바라고 있다. 액면분할 종가 대비 무려 80%가 상승한 것이다. 

액면분할로 인한 거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유통주식 수가 늘면서 일평균 4600만주 정도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액면분할 이전 약 1000만주였던 거래량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존 삼성전자 주식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액면분할 이후에는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시가총액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단순히 액면분할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액면분할이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에도 우상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장기계획에 대한 부분은 밝히지 않은 채 액면분할만 공개하자 목표주가를 내린 것도 이에 따른 결정이란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 산업이 주력이다.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에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반도체산업의 싸이클상 1분기에는 실적부진이 예상된다"면서 "액면분할을 통한 주가상승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 투자는 5월 이후 실적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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