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받들겠습니다.”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고백록>을 썼다. 그 이유는 모순투성이인 인간의 불완전성을 성찰하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박종철, 이한열을 영화에 담는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부터 무엇인가를 고백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개봉되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보고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끊었던 담배도 한 대 피웠다.

1987년 당시에 필자는 졸업학기에 있었는데 집안 문제 등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최루탄에 당당히 맞서지 못했다. 동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것처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빚을 안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30년 전의 그 시절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손수건을 챙겨가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데모, 최루탄, 자취방, 막걸리……필자에게 영화 ‘1987’은 일종의 고백록(告白錄)인데 아마도 어떤 선택에 대한 미련 때문인 것 같다.

필자는 세상을 브랜딩 관점으로 본다. 좀더 좁혀서 말하면 사람을 브랜드로 가정하는 자기 브랜딩의 관점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쳐야 했던 당시의 상황에 브랜딩이라는 한가한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브랜딩이라는 것은 삶의 방식이며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이다.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출발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있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했다. Choice.즉 옳은 선택은 어떻게 해야하나?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에서 그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한 일의 선택은 자기 브랜드에 큰 영향력을 부여한다.

자기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자기 철학이 반영된 선택 기준의 확립이다. 필자도 지난 날을 되돌아 볼 때 후회가 많았던 기간은 뚜렷한 선택 기준이 없었던 기간과 겹쳐진다. 윗사람의 지시에, 프로젝트를 판단할 때, 전략을 선택할 때 머뭇거림이 있었다. 당연히 성과가 좋게 나올 리가 없다. 반대로 가장 좋았던 시절,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을 보면 분명한 선택기준을 가지고 스스로 세상사를 마주했던 것 같다.

브랜드의 파워는 브랜드와 연관된 임팩트 있는 상징을 남기는 것에 달려 있다. 상징은 브랜드의 어떤 선택이 꽃처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상징은 언어의 상징, 비주얼의 상징, 소리의 상징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개인 브랜딩에 있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글에 해당하는 언어의 상징은 매우 중요하다. 영화 <1987> 에 등장하는 개인 브랜드들의 언어의 상징을 비교해보고 자신의 경우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보자.

“너래 애국자야. 고개 빳빳이 들고 살라우”– 대공 수사처 박처장
“법대로 하시죠. 시신 부검합니다.”– 서울지검 최검사
“그럼 사람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어요?”– 교도관 한병용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 87학번 신입생 연희
“받들겠습니다.”– 대공수사처 조반장
“사실 확인 좀 합시다. 물고문 맞죠?”– 사회부 윤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