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갈구하는 존재다. 학업에 정진해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아름답고 어진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끌 멋진 차를 갖거나 정원이 딸린 주택을 갖는 것도 소망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설계하는 목표는 보편적이거나 타당한 가치를 지닐 때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역하게 무리수를 두는 본질이 훼손된 꿈들이다. 방향성이 글러 먹은 꿈은 종국엔 잘못된 각도 이상 엉뚱한 곳으로 굴러간다. 권력에 빌붙어 부당하게 축재한 꿈으로 한 평 공간에 갇혀 꽁보리밥이나 먹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다이어트 시장은 그런 못된 꿈들이 횡횡하는 시장의 순위 경쟁에서 1등을 꿋꿋이 고수하고 있다. 잘못된 꿈을 많은 사람이 꾸고 있다는 얘기다. 말 밥 주고 돈과 시간 버리며 덤으로 몸 망치는 경마장과 다를 바 없다. 태생이 잘못된 꿈은 아예 꾸지 않는 편이 좋다. 왜 그런지 지난 호 회충 다이어트 이후를 이어가보자. 고인 물에 우글거리는 연가시를 상상해 보면 그런 벌레들을 장 속에 키워가며 체중을 줄여 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지 이해가 된다. 

1930년대 날씬한 몸을 위해 미국인들이 꾸던 이 꿈은 현대에 이르러 중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회충 알 캡슐을 팔아먹는 회사의 설명은 간단명료하다. 부화한 회충이 체내에서 영양소를 먹어 치우므로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눌 음식이 있다면 불우 이웃과 나눌 일이지 왜 회충과 나누는지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 돈 2만 원 정도에 선형동물 알을 팔아먹는 회사의 사장은 복용 후 열이 날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숨진 사람은 없음을 강조한다. 죽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 그 용기(?)가 가상하다. 모 여자 가수의 사례가 기폭이 되어 적지 않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미 설사, 복통, 장폐색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하늘의 별을 헤아리기 힘들듯 유사 이래 명멸한 수많은 다이어트의 원천은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임이 분명하다. 욕망에 눈이 멀면 회충 알을 마시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독극물을 먹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비소 다이어트가 바로 그것인데, 군사용 독가스의 전구체인 이 비금속을 먹는 목적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는 기치를 내세워 약을 팔아먹는 자들은 그 약의 어떤 성분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여 대사율을 높이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인위적으로 대사율을 높일 수 있는지 필자가 대신 이론적 고민을 해보겠다. 

중추신경계(CNS)의 지배를 받는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교감신경계는 운동하거나 흥분하면 자극받는데 이 기능이 넘치면 그것을 '항진'이라 한다.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위 반응체계인 교감신경계를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극하여 중추신경계를 혼란에 빠뜨려 대사율을 높여 살을 뺀다는 그런 논리다. 과연 흥분하여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흐르면 체지방이 없어지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받아 동공이 축소되고 심장이 과하게 뛰는 상태의 지속으로 살이 빠질 리 만무하다. 

적절한 식이와 적정 강도로 지속하는 운동 외의 방법을 염두에 두고 살을 빼려 한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그칠 욕망에 불과하다. 운이 나쁘면 감당키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마황 성분의 한약재를 다이어트 제품으로 둔갑시켜 팔아먹은 업자들의 적발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다이어트는 목적성이 아니라 과정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잘못된 과정으로 올바른 목적이 달성될 수 있겠나. 다음 호엔 창백한 얼굴과 마른 몸으로 뭇 여성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당대의 시인 바이런이 무엇을 어떻게 마셨는지 알아보자.

민주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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