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김-은둔 승부사형, 박-공격적 확장형 경영스토리 독특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 스토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승자의 저주 맛을 본 터라 일각에서 재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은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와 호반의 차이는 크다. CEO 경영 스타일과 주력 사업 영역만 봐도 다르게 볼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김상열 호반 회장은 경영 스타일에서 차이난다. 박 회장은 공격적 확장형인 반면 김 회장은 승부사형이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중국 노선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저가 항공사들이 단거리 국제선에서 노선을 확장할 때 미주 노선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동운항을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0월 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공동운항하기로 하고, 미국 국내선 13개 노선도 추가했다. 이는 저가항공사들이 동남아노선에 이은 국제선 확대 움직임에 공격 경영으로 맞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동남아 노선 다음으로 미주노선과 중국노선 매출 비중이 높다.

반면 김 회장은 잡아야 할 것에는 승부수를 띄우는 경영스타일이다. 최근 기업합병(M&A)시장 에서의 행보를 보면 그 특징이 드러난다. 주력 사업인 건설업 매물이 나왔을 때 과감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금호건설과 동부건설, 울트라건설, SK증권, 퍼시픽랜드 인수전에 참여했고 울트라건설과 퍼시픽랜드 2곳을 인수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호반건설

최근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 회장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건설업계를 넘어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신규 사업 발굴과 호반 미래비전 찾기”에 전념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중도 포기는 안 한다”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시 산업은행 측에 1조5000억원 가량의 무차입 자금 증빙을 제출하는 등 탄탄한 재무건전성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 매각대금 1조6000억 원 중 90%이상을 차입금 없이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우건설을 통해 동남아 등 해외시장 시장을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 후 3년 만에 유동성 위기를 맞아 매각 대상에 대우건설 이름을 올린만큼 매각대금 지급으로 인한 경영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김 회장이 누적분양율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아파트 분양을 하지 않는 경영철학이 대우건설에 적용된다면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9부 능선을 넘었고, 매각 가격의 변동이 없는 한 인수는 확실시된다. 인수가 완료되면 호반건설 시공능력은 13위에서 3위로 단숨에 오르게 된다.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의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 창립 이래 세 번째 주인을 맞게 된다. 이 회사는 1973년 설립돼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고,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을 맞이하면서 대우의 품을 떠났다.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인수한 대우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해외수주 성적을 바탕으로 2003년 워크아웃을 종결했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돼 새 주인을 맞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하지만 2009년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2010년에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인수됐다. 인수된 지 3년 만에 또다시 주인 없는 기업 신세가 된 것이다. 이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매각이 추진됐지만 진척이 없었다. 이를 종합하면 대우건설은 45년 역사 동안 대우, 금호아시아나를 거쳐 호반건설을 세 번째 주인으로 맞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주택 뿐 아니라 각종 플랜트에서 강점이 있는 건설사다. 국내에서는 ‘푸르지오’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월성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누리마루, 시화호조력발전소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해외 주요 실적으로는 파키스탄 고속도로, 말레이시아 텔레콤빌딩, 라오스 호웨이호 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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