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튼과 결별 후 '황우석 때리기' 쏟아져


‘줄기세포의 영웅’ 황우석 교수가 난자 매매 논란과 관련, 자신이 맡고 있는 16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며 백의종군을 밝힘에 따라 연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황우석을 구하자’는 기치 하에 전국적인 격려 물결이 일고 있는 한편, 의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저변에는 ‘황우석 죽이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시기하는 미국 정부와 해외 의학계가 조직적으로 황 교수를 깎아 내리기 위해 황 교수에 대한 정보를 캐고, 이를 바탕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공동연구자 새튼 박사의 돌연 결별 선언과, 연이어 터진 난자매매 논란, 이와 더불어 전개된 황 교수에 대한 미국 일부 언론의 비난 태도 등이 음모 세력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시점에 미국 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 인력의 첨단분야 연구 참여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새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 갑작스런 결별을 선언한 11월 12일부터 외신들은 결별 이유를 주요 이슈로 다루면서 난자 채취 과정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당시 AP통신은 결별 이유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난자 채취 과정의 문제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이트라이더’도 하버드대 줄기세포 연구소의 협력 보류를 전하면서 황 교수의 윤리성을 지적했다.

새튼 교수가 손을 놓아버린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사설을 통해 난자 확보에 대한 윤리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라고 촉구하면서 황 교수를 압박했다. 황 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사이언스’도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황 교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황 교수가 언젠가 노벨상을 받는 것이 필연적으로 보였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수상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1월 24일 이후 외신들은 대대적으로 황 교수의 ‘시인’을 보도했다. 국내 의학계에서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국제적인 견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 교수의 ‘난자 의혹’ 파문은 결과적으로 황우석연구팀에게 큰 불명예를 안겼다.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세계줄기세포 허브 네트워크 구축 등 향후 허브 구축 계획에서 황우석팀의 주도권이 계속 유지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황 교수의 윤리성 논란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황 교수를 지지하는 여론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외 연구 단체 및 전문가들과의 관계.

새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황 교수는 더 이상 외국의 다른 줄기세포 전문가들과 예전과 같은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네이처’ 등은 황 교수가 여성 연구팀원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의혹에 대해 거론했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네이처’와 ‘사이언스’ 간의 알력 문제로 돌려 해석했다.

하지만 네이처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네이처에게 황 교수는 ‘거짓말쟁이’가 돼버렸다. 정확성과 윤리성을 최고 덕목으로 치는 생명공학자들의 세계에서 황 교수의 ‘거짓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법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월 25일 “연구원의 난자 기증 사실이 난자 기증 사실이 폭로돼 한국 과학 및 정치계는 궁지에 몰렸을지라도 대중은 분명히 황 교수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 언론의 반응 분위기는 이와는 달랐다. CNN은 11월 24일 황우석팀의 윤리 논란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한 달 전만 해도 황 박사는 세계 최초의 복제 개 발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타임은 복제개 스너피를 2005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까지 했으나 이제 황 박사 스스로 개집에 갇힌 신세가 됐다”고 했다.

AP통신은 난자 제공과 관련 “당시에는 불법적인 것이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황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 제공된 모든 난자가 그의 연구를 도우려는 사람들에 의해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황 교수의 거짓말을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황 교수가 그간 연구에 사용해온 난자들이 모두 기증 받은 것이라고 주장해 온 사실을 지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상하 서열개념이 확실한 연구실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여성 연구원들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관행은 강압에 의한 것일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전면 금지돼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는 강압의 개연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정부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인력의 첨단분야 연구 참여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FT가 11월 25일 전했다.

이는 민감한 기술 분야가 외국인의 산업 스파이 활동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미 정부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기업과 대학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교수에 생명공학의 선두를 내준 미국 정부가 과학 주도권을 더 이상 외부에 뺏길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폐쇄적인 법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황우석‘왕따’ 세력 있나>

황우석연구팀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협조체제는 더 이상 예전같이 않을 것 같다. 특히 새튼 교수의 입장은 황 교수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튼 교수는 지난 11월 12일, “황 교수가 나를 오도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나의 신뢰는 흔들렸고 마음이 아프며 이제 황 박사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새튼 교수가 누구로부터 어떻게 ‘정보’를 받았는지 궁금증으로 떠올랐지만 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어 11월 14일 피츠버그 대학도 “난자 기증과 관련한 잘못된 설명이 있었음을 추론케 하는 정보를 지난 11일 얻게 됐다”면서 “이 새로운 정보와 관련해 학계 및 규제 당국과 접촉한 후 황 박사와의 협조 관계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튼 교수는 세계 생명공학계에서 ‘마피아 보스’와 같은 존재로 통한다. 새튼 교수는 지난
해 2월 황우석팀이 이룬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적 성과를 ‘사이언스’ 및 전세계 유력 언론의 주목을 받도록 도와준 장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황 교수의 후견인과 공동연구자 역할을 맡겠다고 나섬에 따라 황 교수의 위상을 ‘새튼 급’으로 부상시킨 당사자였다.

새튼이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함에 따라 이 분야 세계 전문가들 역시 황 교수와 쉽사리 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심할 경우 국제적인 지원은커녕 ‘왕따’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내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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