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다임러·BMW 등 후원한 독일 EUGT, 원숭이와 사람 대상 디젤엔진 배출가스 실험

폭스바겐, 다임러, 베엠베(BMW)그룹이 후원금을 지원한 EUGT가 지난 2014년과 2015년 미국과 독일에서 원숭이 및 사람을 대상으로 디젤엔진 유해가스 실험을 진행한 것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

독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1월 29일 자국의 자동차기업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그룹이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원숭이와 사람을 상대로 자동차 유해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숭이와 사람을 대상으로 자동차 유해가스의 영향을 직접 측정한 이번 실험은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그룹이 자금을 댄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을 통해 진행됐다. 1월 25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EUGT는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디젤엔진 차량의 유해가스 실험을 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독일 뭔헨의 아헨공대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유해가스 배출 관련 실험을 진행했다.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독일 자동차업계와 정부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EUGT의 이번 인간 대상 실험이 2차세계대전의 대표적인 비극적 사건인 '아우슈비츠 사건'처럼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어서다. 

원숭이와 사람 대상 유해가스 실험한 독일 EUGT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 자동차기업들의 '인간 대상 실험'은 지난 1월 29일 영국매체 더가디언의 폭로로 출발했다.

독일 자동차기업들의 후원을 받은 EUGT가 지난 2014년 독일 아헨공대 연구소에 의뢰해 한달간 남성 19명과 여성 6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유해가스 흡입에 따른 건강변화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1주일에 1회, 3시간씩 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다양한 농도의 디젤엔진 차량의 배기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1월 25일 EUGT가 미국 뉴멕시코의 민간 의학연구소에서 원숭이 10마리를 대상으로 같은 종류의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4시간씩 폭스바겐 뉴비틀의 디젤모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를 맡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2012년 세계보건기구(WTO)가 디젤엔진 차량의 배기가스를 발암물질로 분류하려 하자, 신기술로 자동차 배기가스의 인체 유해성을 줄였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EUGT는 해당 실험 결과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고했다. 

원숭이에 이어 사람에게까지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언론들을 통해 공개되자 독일 산업계와 정치권은 발칵 뒤짚였다.

당장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EUGT의 행위를 맹비난했다. 독일 언론들 역시 자동차기업들의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번 실험은 분명히 아우슈비츠 같은 가스실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며 "독일 역사상 가장 어두운 추억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는 '인체 관련 실험' 논란이 보도되자 곧바로 성명을 통해 "EUGT의 연구와 다임러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사진=다임러 누리집 갈무리

후원금 냈던 폭스바겐·다임러·베엠베, 인간 대상 실험에는 발뺌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독일 자동차기업들은 이번 실험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EUGT의 독자적인 실험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기업들 역시 EUGT의 비윤리적 실험과정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주장이다. EUGT는 폭스바겐과 다임러, 베엠베그룹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으로 알려진 다임러가 가장 먼저 EUGT 파문과 관련해 선긋기에 나섰다. 다임러는 성명을 통해 "EUGT의 연구 방법론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EUGT의 연구방법은 다임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다임러는 이번 실험에 대해 자체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BMW를 만드는 베엠베그룹 역시 "문제의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적인 내부 조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두가지 입장을 갖고 있다. 2014년 진행된 원숭이 실험과 관련해서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2015년에 진행된 인체 대상 실험은 EUGT의 단독 실험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1월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티아스 뭘러 폭스바겐 CEO는 "인체 대상 배기가스 실험 관련 보도를 접하고 많이 놀랐다"며 "EUGT가 사용한 방법은 비윤리적이고 혐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폭스바겐이 EUGT의 후원자 중에 하나인 것은 맞다"면서도 "인체 대상 배기가스 실험에 우리가 연루된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뭘러 CEO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원숭이 실험과 관련해서는 "당시 결정은 잘못됐으며, 개인의 잘못과 판단력 결여에 대해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독일 일간지 빌트는 폭스바겐 내부 이메일을 근거로 폭스바겐 내부 고위급 관계자들은 EUGT의 실험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날벼락 맞은 국내 딜러사들, 판매 재개 영향줄까 전전긍긍

국내 독일계 수입차 판매업체들은 이번 EUGT의 인체실험 파문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등 폭스바겐그룹 관련 수입차 판매업체들은 그야마로 울상이다. 2015년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판매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와신상담의 시절을 보내다 2년이 흘러 판매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인체 대상 실험'이란 난관에 다시 봉착했기 때문이다. 

인체 대상 실험 파문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1일 서울 강남구에서 신형 파사트 GT를 출시했다. 사진=폭스바겐 누리집 갈무리

폭스바겐그룹의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묵묵부답이다. 특히 1일 신형 파사트GT의 출시를 알리는 행사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폭스바겐코리아로부터 차량을 인도받아 판매하는 딜러사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디젤게이트처럼 판매량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하는 모습이다. 서울 내 한 딜러사 관계자는 "디젤 사태 이후 폭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인체실험이란 악재까지 겹쳐 곤혹스럽다"며 "2년 동안 판매재개를 위해 고통을 참고 많은 준비를 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의 관계사인 아우디는 또다시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는 1월 23일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에 배출가스 초과를 이유로 강제리콜 명령을 내렸다.

KBA은 아우디 일부 차량 중 3.0L V6엔진을 얹은 모델이 실제 주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기준치가 높았다며, 디젤엔진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우디 차량 중 3.0L V6엔진을 사용하는 모델은 A4~8, Q5, SQ5, Q7 등이며, 전 세계에 12만7천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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