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삼성 "주주가치 제고 차원" vs 일부 투자자 "떠넘기기 전략일수도" 

삼성전자가 31일 1:50의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황제주'로 불리는 앞으로는 '국민주'로 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삼성전자는 어제(30일) 이사회를 열어 현재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액면가 100원으로 분할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1:50의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발행주식은 기존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액면분할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되고, 올해 대푝 증대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주당 250만원이 넘으면서 황제주로 불렸던 이전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250만원대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되면 5만원될까?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250~26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액면분할을 거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은 5만원대로 내려안게 된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 투자의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접근할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존재였다. 1주당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거래 중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차지한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각각 49.74%, 30.97%였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은 15.8%에 불과했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거친 후에는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개인들의 투자 역시 활발해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처럼 수백만원의 황제주에서 액면분할을 거쳐 국민주로 거듭난 곳도 이미 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 전 주당 300만원대를 호가하는 '황제주'로 불렸지만, 2015년 5월 액면분할을 거쳐 국민주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주당 100만원대를 찍었던 오리온이 액면분할에 나서기도 했다. 

투자자들만 좋은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역시 액면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당 250만원대 주식을 1/50으로 나누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입장에서는 투자 접근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도 오르며 시가총액 역시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이번 액면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결국 주가는 기업의 업황과 실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액면분할 사실 하나만으로 꾸준한 주가상승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KB증권은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주가는 액면분할 공시 당일 평균 3.78% 올랐지만, 공시일 60일 전후부터는 다시 하락해 원래 주가를 찾아가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 차원 vs 개미 떠넘기기?

삼성전자의 급작스런 액면분할 결정에 증권가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혼란스런 모습이다.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번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으로 불리는 증권사 및 금융기관들처럼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에 우호적인 모습이다. 액면분할 결정을 통해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삼성전자 주식을 부담없이 소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특히 액면분할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번 액면분할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급작스런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에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이번 액면분할을 통해 외국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개미들에게 떠넘기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 발표 이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매도주문을 내며 차익실현에 나선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주력사업군인 반도체 분야가 최근 정점을 찍은 만큼 앞으로 하향세를 나타낼 수도 있는 액면분할 이후 신규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뿐 아니라 모바일,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급작스런 매출하락과 같은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깜짝 발표로 증권가를 술렁이게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빨라야 5월 경에 이뤄진다. 일단 오는 3월23일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에 대한 승인을 받는 것이 1차 관문이다. 이후 거래소의 절차를 거쳐 5월 중순경에 액면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제주로 불렸던 종목 중 삼성전자처럼 1/50로 액면분할 실시한 곳은 1998년 미래산업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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