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단 구성키로...문무일 검찰총장 “검찰 내 성범죄 엄중 인식”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검찰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검찰 조직 문화를 일신하자는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검찰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가 물꼬를 텄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경직된 검찰 조직 문화를 일신하자는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서 검사가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31일 오전까지 8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서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조직 문화 개선을 주문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간 불이익을 우려해 실명이 공개되는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 주저했다는 자기고백 글도 있었다. 

아울러 지금까지 쉬쉬하며 은폐했던 검찰 내 성범죄가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연쇄 폭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내부도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0일 ‘검찰 내 성범죄 은폐 폭로’와 관련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우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검찰청도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사태와 관련 조속한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으며 여성 검사장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을 조사단장에 임명했다.

조 검사장을 필두로 한 조사단은 신속히 구성될 전망인데 부단장에는 여성정책부서 근무 경력이 있는 여성부장 검사 또는 공인전문 검사를 보임하고 단원은 여성정책·성폭력 분야 공인전문 검사를 투입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서 검사 성추행 의혹 파문 및 검찰 내 성추행 의혹 등 성폭력 관련 사건 전반을 조사할 예정인데 서 검사가 주장한 사무감사 등 인사 불이익과 관련한 부분도 살펴볼 계획이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피해 관련 진술부터 우선 들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감찰본부가 전날 저녁 서 검사와 연락이 닿았다고 밝혔다. 조사 방식 등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조사단이 전면에 나서면서 감찰본부는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조사 계획 및 방식은 조 검사장에게 모두 일임 됐는데 조사는 일반인 조사도 가능해 향후 서 검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 등의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서 검사가 지난 29일 검찰내부망(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던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서 검사가 성추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56·경북 영주·문경·예천)이 사건을 덮었으며 자신은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31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검개위)는 검찰내부에서 은폐되었던 성폭력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이번 서 검사의 성추행 사건 외에도 암암리에 은폐되었던 검찰 내 하부조직에 대한 성폭력 피해 사례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

지방의 한 검사는 “서 검사가 공개했듯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사례는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서 검사의 경우도 성추행 사실에 이어 인사 불이익이 계속되니까 떨치고 일어난 거 아닌가”라며 “지금 검사들은 게시판에 글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고, 댓글 쓰는 데 직(職)을 거는 상황이다. 결국 당사자가 용기를 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영환 대검 대변인은 “우선적으로 진상 규명을 실시하고 향후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하고 문 총장이 밝혔듯이 책임 있는 사람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면서 “진상 조사가 우선이며 진상 조사 전에 공소시효 등을 거론하면서 조사 범위를 좁히지 않겠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불법행위와 비위행위는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와 관련해 검찰이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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