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패션에 집중, 신세계 가구로 확장, 현대 식품매장 리뉴얼 각축전

백화점 업계가 유통업계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유통 빅3로 불리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는 패션부터 가구, 그리고 식품에 이르기까지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각 사마다 독창적인 경영전략을 앞세워 유통맹주의 자리를 노리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유통 빅3로 불리는 백화점 3사가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경영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공격적인 출점전략을 통해 덩치 불리기로 회사를 키우던 과거와 달리, 최근 백화점업계는 할인점과 전문점, 그리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은 2015년 15.3%, 2016년 18.3%, 지난해 11월 기준 20.7%로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업체들은 이로 인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펼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백화점의 주력 사업인 패션 부분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홈퍼니싱 및 가구 분야로의 확대와 함께 신선식품 등 식품매장 리뉴얼을 통한 고객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유통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경영전략을 비교해봤다. 

패션사업 강화하는 롯데, 한발 앞서간 현대-신세계 추격

업계 1위로 평가받는 롯데백화점의 최근 관심사는 '패션'이다. 국내 최대 점포수를 갖고 있지만, 경쟁업체인 현대와 신세계에 비해 패션 부문의 사업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는 오는 4월 글로벌패션(GF)사업부를 분사시키며 경쟁사 추격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패션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산하의 글로벌패션사업부를 오는 4월 분사시킬 계획이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내 구찌 매장.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GF사업부를 분사시켜 2011년 인수한 패션회사 엔씨에프와 합병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GF를 전문 패션회사로 변모시켜 백화점 사업은 물론, 독자적인 역량을 갖춘 패션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각오다. 

롯데백화점 산하 사업부로 운영되온 GF 사업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겐조'와 '소니아리키엘',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 이탈리아 브랜드 '훌라' 등 해외 패션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타라자몽'과 아동복 브랜드 겐조키즈 등을 런칭하는 등 현재 15개의 패션 브랜드 판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F사업부와의 합병이 예상되는 패션회사 엔씨에프도 나이스클랍 등 다양한 여성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의 패션 부문 강화 전략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 영위하는 사업부문 가운데 식당가를 제외하면 패션 관련 매출은 해마다 줄고 있다"면서 "직접 해외에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할 경우 수익성 강하는 물론,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패션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패션 부문을 강화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타임-마인-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을 강화했다. 여기에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도 인수하며 현재 40개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사업부에서 1996년 독립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독자적인 사업역량을 구축하며 신세계백화점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르나미-돌체앤가바나-지방시 등의 국내 판권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에는 폴스미스와 끌로에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만 7804억원으로 신세계백화점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까사미아 인수한 신세계, 리바트 품은 현대百 추월하나

롯데백화점이 패션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사이, 신세계백화점은 까사미아를 인수하며 연 20조원 규모의 홈퍼니싱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홈퍼니싱은 집을 의미하는 '홈'과 꾸민다는 뜻의 '퍼니싱'이 결합한 단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3일 까사미아 창업주 이현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92%를 1800억원에 사들였다. 신세계백화점은 까사미아 사업군 중 가정용 가구 판매 부분만을 사들였으며, 특판사업을 담당하는 까사미아우피아, 라까사호텔, 까사스토리지는 이 회장 일가가 계속 경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홈퍼니싱 사업 진출을 위해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했다. 사진=까사미아

유통가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까사미아 인수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까사미아 인수를 통해 홈퍼니싱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약 7조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2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유통계에서는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2010년 이마트로부터 넘겨받아 키워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와의 높은 시너지도 기대된다. 연매출 2100억원을 자랑하는 자주는 스타필드에도 진출한 상태다. 까사미아 역시 신세계백화점이란 새로운 유통채널 확보를 통해 성장이 기대된다. 까사미아는 그동안 대형 플러그십스토어와 대리점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백화점 매장은 단 1곳에 불과했다. 

신세계백화점이 홈퍼니싱 시장을 주목한 것은 백화점 사업군 중 리빙 분야의 매출액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신세계백화점 리빙 부문 매출 신장률은 2015년 4.9%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9.9%에 달하더니, 지난해에는 23.1%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적체된 상황에서 리빙 부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더 키워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롯데 역시 리빙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가구명가로 알려진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리바트는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후 500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액이 지난 2016년 7356억원으로 늘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현대백화점은 리바트의 연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해 지난해 미국의 홈퍼니싱 기업인 월리엄스소노마를 단독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또한 현대H&S와 리바트를 합병시켜 매출 1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회사로 키우고 있다. 

백화점업계 1위 롯데는 직접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하는 대신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와 손을 잡고 파트너십 경영전략을 펴고 있다. 이케아 1호점인 광명점에 함께 점포를 내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기흥과 부산, 계룡 등에 추가로 출점을 준비 중이다. 

식품매장 리뉴얼로 고객잡기 나선 현대百

3대 백화점업체 중 덩치가 가장 작은 현대백화점은 '식품매장'으로 고객잡기에 나선 상태다. 식품과 매출 성장률이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존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수선해 재개장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곳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2314㎡였던 킨텍스점 식품관을 2.5배 확장한 5619㎡(약 1700평) 규모로 넓히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 유명 맛집과 글로벌 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F&B매장과 프리미엄슈퍼마켓인 '현대식품관'이 들어선다. 이중 F&B매장에는 70여개에 달하는 국내 맛집 브랜드가 입점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대대적인 식품관 리뉴얼을 통해 고객잡기에 나섰다. 사진=현대백화점 킨텍스 식품관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천호점 식품관도 리뉴얼했다. 백화점 중 작은 규모에 속하는 천호점은 식품관만 따지면 5300㎡ 규모로 랜드마크급에 해당한다. 2개층으로 나눠졌던 식품관을 하나로 통합하고 면적은 2배 가까이 늘렸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역시 식품매장 확대 및 사업 강화에 나선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잠실점 식품관을 10년만에 재단장했다. 특히 입점업체 가운데 30여년 이상된 디저트 매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7월 경기점 식품관 리뉴얼에 이어 12월에는 센텀시티점도 새롭게 단장했다. 

백화점들이 이처럼 식품관 리뉴얼에 집중하는 이유는 식품관련 매출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에 자료에 따르면 식품관 매출액은 2015년 11.4%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11.7%, 지난해에는 12.1%까지 성장했다. 

게다가 식품관은 고객을 잡아두는 집객효과도 높다. 식품관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다른 부분의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식품관을 화려하게 꾸밀수록 고가의 패션 관련 매출 역시 증가한다"면서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식품관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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