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 결과…데이트폭력 피해자 절반이 상대와 결혼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을 실태조사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9명(88.5%, 1770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데이트폭력은 교제하는 연인사이에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을 말한다. 또 직접 폭력 외에도 폭언과 통제, 위협 등을 통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포함된다. 

친밀한 연인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인 만큼 ‘사랑하니까’ ‘나랑 사귀는 사람이니까’라는 이유로 합리화 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다보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1770명 중 24.5%가 ‘정신적 고통’ 22%가 ‘위협과 공포심’을 느꼈다고 답했고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체적 피해를 다한 190명 중 37.4%는 병원치료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은 연애 시작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는데 대응에 있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데이트폭력의 음성화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833명 중 46.4%인 742명은 가해자 당사자인 상대방과 결혼했는데 이 중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해 데이트 폭력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진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강희영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하는 경우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데이트폭력이 여성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한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교육 및 피해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행동통제를 한 이유에는 62.4%가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 였고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 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많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고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와 같이 폭력 정도가 심한 경우도 10%를 넘었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피해도 나타났다. 

폭력 유형별 본인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행동통제와 성적 폭력의 경우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36.7%, 30.3%)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행동통제의 경우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반면 언어·정서·경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의 경우 본인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헤어지고 싶었다’(32%, 33.8%), ‘무기력 또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졌다’(32.3%, 30.7%)는 응답이 많았다. 

데이트폭력의 4개 유형에 본인이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해 데이트폭력 피해를 음성화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전문상담기관에 데이트폭력의 대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 중에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원인으로는 과반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고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든 응답은 20대(15.9%)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사회전반에 확산된  ‘여성혐오분위기’를 20대 여성들은 데이트 폭력의 새로운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올해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02-1366)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첫 운영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 역량강화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생 대상 데이트폭력 예방교육도 실시한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문제해결 없이 결혼하고 가정폭력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발견”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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