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주력사업 부진 핵심사업 분리매각...美 증권위원회 회계조사 받기도 

미국의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가 잇따른 실적 악화와 주력사업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공룡은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었을까. 

세계적인 공룡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가 끝모를 실적 악화로 인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선단식경영으로 세계를 호령했지만, 추락하는 실적으로 인해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각 사업군이 갈가리 찢어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마불사'에 갇혀 있는 우리 대기업들도 GE에게 배울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CEO)가 GE의 주요 사업부의 분사 및 추가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GE는 지난해 전구와 철도 등 10여개 비주류 사업을 이미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이 다시 악화되면서 이번에는 '그룹 해체 수준'의 주력사업부 매각에 나설 것을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미 증권위원회(SEC)도 GE를 회계조사에 나선 상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형국인 셈이다. 

끝모를 실적 추락에 혹독한 구조조정은 물론, 핵심사업 분리매각까지 고려 중인 공룡기업 GE. 멸종위기를 맞닦뜨린 GE의 위기를 플래너리 CEO는 어떻게 헤쳐나갈까. 

전구부터 유전까지 문어발식 확장 성장

'발명왕'으로 잘 알려진 토마스 에디슨에서 시작한 GE는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의 기업이다. 직원만 3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GE는 항공기는 물론, 헬스케어, 에너지, 석유 등 대형 사업은 물론 전구와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산업에 진출해 있다.

특히 금융과 미디어 부문에까지 계열사로 두고 있어 재계에서는 GE의 경영방식을 마치 배를 끌고 다니며 어장을 휩쓰는 '선단경영'으로 부리고 있다. 

GE의 독창적인 경영방식은 새로운 경영자의 스타일과 관심 분야에 맞춰 회사의 베이스를 바꾼다는 점이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엄청나게 큰 GE의 조직 전체가 바뀌는 셈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8대 회장직을 수행했던 잭 웰치(1981~2001년 재임)과 9대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2001~2007년)다. 두 사람은 엄청난 덩치에 수익성이 악화된 GE를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탈태환골시켰으며, 미래기업으로 변모시켰다. 

8대 회장직을 맡았던 잭 웰치는 GE를 미국을 대표하는 1등기업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덩치를 키우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했다. 기존 GE와의 시너지가 없더라도 1등기업이면 인수에 나섰다. 그 결과 GE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수익성 위주로 재편됐다.

잭 웰치 회장은 취임 이후 15년 동안 약 400여개곳에 달하는 사업을 매각하고 직원의 25%에 달하는 11만명을 구조조정했으며 인수합병 기업만 1000여곳에 달했다. 그 결과 GE는 270억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1300억달러 늘었으며 시가총액 역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잭 웰치에 이어 9대 회장에 오른 이멜트는 단기 실적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성장산업을 주목했다. 실제 그는 헬스케어 산업과 항공기 엔진 분야에 집중하며 매출액에 집중했던 GE의 사업구조를 성장 중심으로 전환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생명공학업체 '아머샴 인터내셔널' 인수였다. 2003년 인수한 아머샴은 GE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이후 GE헬스케어로 이름을 바꾼 아머샴은 엄청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GE의 핵심사업군으로 떠올랐다. 

반면 이멜트는 한계에 다다른 금융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핵심사업이었던 보험시장을 포기했으며, GE캐피탈 역시 GE의 주력사업군에서 빠졌다. 이 선택은 2006년 글로벌금융위기에서 큰 빛을 발했다. 금융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탓에 미국의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시기에도 GE는 온전히 성장전략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멜트 회장 이후 GE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에 GE는 지난해 배당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도 1만2000여명을 해고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GE가 배당금을 줄인 것은 1899년 배당급 지급을 시작한 후 1938년 대공황 사태 이후 두번째다. 

4분기 실적악화 핵심사업 분리·분사 나설듯 

지난해 8월 취임한 존 플래너리 CEO는 뒤늦게나마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GE는 지난해 11월 회사의 뿌리엿던 전구와 철도 부문 등 10여개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12월에는 전력부문에서 1만2000여명을 감원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로 알려져있다. 

특히 GE캐피탈이 지난해 4분기 62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후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GE의 주가가는 그야말로 추락이란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존 플래너리 CEO는 지난 16일 "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력, 항공, 헬스케어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사 혹은 분리 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보험관련 충당금을 앞으로도 더 쌓어야 한다는 점이다. GE캐피탈은 앞으로 7년간 재보험 비용 등으로 150억달러 규모의 충당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GE캐피탈의 손실이 그룹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GE캐피탈이 GE의 구멍이 될 위험이 높다"며 지적했다. 

미국 정부 역시 휘청거리는 공룡기업 GE에 우려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GE캐피탈의 재보험 관련 충당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으로 인해 GE의 실적 전망치가 수정되자, 이 충당금의 회계처리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GE캐피탈이 계열사들을 통해 계약한 장기계약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부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SEC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GE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GE의 주력사업인 전력발전과 항공기 엔진 등의 사업계약에서 발생한 매출을 GE캐피탈과 GE가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따져보고 문제가 많을 경우 제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E는 그러나 SEC의 조사에 대해 우려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제이미 밀러 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국의 조사는 이제 시작단계며, 성실히 협조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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