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웅 ▲부키 ▲1만5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383p)

저자 김웅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래 18년간 검사 일을 해오며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한다. 이 책은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이자,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검사란 이 사회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대목이다. 그저 직업으로서 밥벌이하며 살아가려고 고시 공부해 검사가 됐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현실 속에서 ‘검사’로 살아간다는 것

사실 검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거기서 검사는 보통 ‘거악의 근원’이거나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극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검사들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드라마와 달리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각광을 챙겨 정치에 입문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스스로 ‘조직에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인물 군상은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생활로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는 것이고, 검사들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으로 살아가겠다던 어느 선배 검사에게서, 소위 잘나간다는 그 어떤 선배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존경’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한다.

그의 첫 책 『검사내전』은 바로 그렇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이자,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그의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가끔 집 소파에 앉아 야구를 보며 맥주 한잔 마실 때가 있다. 야구가 끝나고 소파에 누워 꾸벅꾸벅 졸 때면 마술처럼 세상을 다 가진 듯 떠들썩하게 웃고 마시던 그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거악을 일소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나사못 역할이나 제대로 해보자고 선의를 불태웠던, 항하사처럼 넘쳐흐르던 거품 속에서의 다짐들도 아쉬움 속에 지나간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아쉬움의 기록일지도 모르겠다.”(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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