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 이자 부담에 지분 매각...상장대박과 속빈강정의 코스닥시장

코스닥 시총 4위의 바이로메드의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대출이자 변제를 목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각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바이로메드 누리집 갈무리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대출이자 때문에 주식까지 판다?

코스닥 상위기업에 속하는 신라젠과 바이로메드 오너 일가가 최근 보유주식 매각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기업 오너들은 경영권 유지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쌓여가는 이자부담에 결국 보유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통상 기업공개(IPO)를 통해 회사를 상장시키면 대주주일가들은 보유 주식에 따라 시세에 몇배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대부분의 최대주주들은 주식처분 제한으로 인해 현금을 손에 쥐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상장으로 대박을 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속빈강정인 '빈곤한 대주주' 문제'에 알아봤다. 

주가 상승 신라젠·바이로메드, 대표 및 대주주 주식 처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업체 바이로메드는 지난 18일과 19일 최대주주인 김선영 연구개발 총괄이사와 김용수 대표가 각각 8만6706주, 2만1677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두 사람은 각각 218억, 54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으로 최대주주인 김 이사의 지분률은 소폭 하락했다. 

이에 앞서 코스닥 시총 3위업체인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 등 대주주들도 보유주식 271만3997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중 문 대표의 보유 주식은 156만2844주로 매각대금은 1325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상위업체의 대표인 신라젠과 바이로메드의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들이 보유 주식을 내다판 이유는 무엇일까. 

바이로메드 측은 "김 총괄이사의 개인적인 사유"라며 "과거 진행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대출이 있었는데, 이번 주식 매각대금은 대출금 상환에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2016년 3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2016년 10월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최대주주인 김 총괄이사가 이 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족으로 인해 금융권 대출을 받았고, 이후 대출이자 부담으로 인해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했다는 것이다. 

신라젠도 비슷한 상황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문 대표의 주식 처분은 상장 이전 진행됐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과 스톡옵션에서 발생한 증여세를 납부하고 개인적인 채무변제에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유현금이 없기 때문에 보유예수기간이 종료되자마자 주식 일부를 처분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신라젠은 2014년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전환가액 3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고, 이를 2015년 12월31일 주식으로 전환했다. 

상장되면 대박? 빈곤한 대주주의 역설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해당하는 신라젠·바이로메드의 대주주 및 대표들이 보유주식을 처분해서 채무변제에 나설 정도로 빈곤한 이유는 왜 일까.

증권 전문가들은 "IPO과정의 모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대주주의 보유 지분이 시장에 나올 경우 공모흥행이 되지 않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관사(증권사)들의 요청으로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전문가의 설명이다. 

신라젠 문은상 대표와 특수관계인들도 대주주보유예수기간이 종료된 지난해 말 1300억원대 보유 지분을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신라젠 누리집 갈무리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행 법상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을 막는 규정은 없지만, 기업공개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이 매각될 경우 일반공모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어 최대한 대주주들의 지분매각을 보류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상장 이후도 문제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자금 대부분을 증자를 통해 시설 및 R&D 비용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주주들 역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이유로 IPO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지 못한 채 증자에 나설 경우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바이로메드와 신라젠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능동적으로 사유 밝힌 바이로메드, 상승세 이어가

대주주 및 대표들이 보유주식을 처분한 두 기업의 이후 모습은 어떨까. 

바이로메드는 대주주의 보유주식 처분에도 주가가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바이로메드가 대주주 지분매각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즉각 알린 점이 시장충격을 줄이고 주가변동성을 약화시킨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대출에 따른 채무변제' 목적으로 보유주식을 처분한 만큼 사익추구와 같은 부정적인 부분이 없어 주가 역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신라젠의 주가는 한동안 요동쳤다. 곧바로 대주주의 주식처분 사유를 밝힌 바이로메드와 달리 신라젠은 한동안 보유주식 처분 배경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신라젠도 '대출금 변제 목적'이었다며 대주주의 보유 주식 처분 사유를 밝혔다. 특히 주담대 개인 대출한도가 150억원에 불과하고, 주식물납도 되지 않아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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