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등 가전제품 이어 반도체 견제 시작, 자국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는 제외 논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국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가운데, 이번에는 SSD 메모리 반도체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세탁기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가운데, 이번에는 SSD 메모리 반도체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한다.

이에 따라 30%대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SSD 반도체 제품에 대해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조사에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과 씨게이트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23일 ITC 홈페이지에 따르면 ITC는 지난 19일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라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미국 기업의 저장장치 등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 범위는 이들 기업이 만드는 SSD와 D램, 이를 포함한 노트북과 모바일 기기다.

국내 반도체 기업 견제용?

특히 SSD를 직접 제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한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7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마이크로 측은 지난 9일 이들 제품의 미국 수입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으며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중국 레노버(Lenovo)와 대만 에이수스(ASUS), 일본 바이오(VAIO)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미국 기업으로는 델(DELL)과 HP가 조사를 받는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와 관련한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루는 제재 규정이다. 이에 따른 조치는 해당 상품의 수입을 금지시키거나 불공정행위를 정지토록 명령을 내려 수출하는 업체에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제소에 따른 수입규제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특히 침해받은 미국 업체는 피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해당 외국 상품의 미국 수입을 막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조사 대상에서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는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정당한 특허 침해 여부를 가리겠다는 ITC의 명분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SSD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4년만에 출시한 SSD 신제품 '860PRO와 '860EVO'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 악재 불구 SSD ‘끝판왕’ 출시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4년 만에 새로운 SSD 저장장치를 출시하며 건제함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860 SSD 시리즈를 한국과 미국,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50여개국에 동시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4년 업계 최초로 3차원 V낸드를 탑재한 ‘850 PRO’와 ‘850 EVO’ SSD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시장에서 SSD의 대중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860 PRO’와 ‘860 EVO’ 모델은 850 시리즈를 한 단계 뛰어 넘은 제품이다. 4세대(64단) V낸드와 최신 10나노급 모바일 D램(LPDDR4)을 탑재해 연속 읽기·쓰기 속대 최대 각각 560Mb/s, 530Mb/s로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급 MJX 컨트롤러를 채용해 윈도우에서 리눅스까지 운영체제(OS) 호환성을 확대했다.

특히 4TB 860 PRO는 5년간 매일 500편 이상의 풀HD 영상을 쓰고 지울 수 있는 4,800TBW(Terabytes Written)를 제공해 다양한 스토리지 시스템의 투자효율을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850시리즈가 높은 인지도와 신뢰성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 860시리즈는 성능과 호환성을 한 단계 높인 제품”이라며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 SSD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16Gb GDDR6 그래픽 D램’을 양산하며 프리미엄 그래픽 D램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PC와 서버, 모바일용 D램에 이어 그래픽 D램까지 10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프리미엄 D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WD, 도시바와의 분쟁 끝내

한편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도시바와의 반도체 사업 매각 관련 법적 공방을 화해로 마무리하고 공동투자와 기술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추격에 다시금 힘을 싣고 있다.

그동안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경영난 극복을 위해 반도체 사업 매각을 결정하자 협력계약을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양사는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공동으로 투자해 운영하며 반도체 생산물량을 나누고 있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3D 낸드 기술개발에도 협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양사가 법적 분쟁 기간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본격적인 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상승하며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있어 뒤늦게라도 이를 만회화기 위한 속도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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