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참가 중요하지만 개회식 내용 변화는 없다" 공식 발표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지만 개회식 메인 행사에 북한의 참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공연인만큼 평화를 주제로 하고 있어 전 세계에 평화메시지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23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미디어 브리핑에서 송승환 총감독(PMC프러덕션 예술감독)은 “시나리오나 콘셉트는 오래 전에 결정이 됐다. 북한이 참사를 했다고 해서 개회식의 내용 변화는 없다”고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밝혔다.
송 총감독은 “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이 연주되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번 북한 참여와 무관하게) 처음부터 평화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모든 시나리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참가가 뒤늦게 결정됐고 북한의 참여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송 총감독의 심중에는 처음부터 ‘평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메시지였다. 그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열려 관심이 큰데, 최근 북한이 참가로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어느 나라 사람보다 분단의 아픔을 아는 만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한다”고 심중에 있던 생각을 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대회 기간 전에 북한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고 금강산에서도 합동 문화행사를 계획 중인데 송 총감독은 개회식에서 북한과의 합동공연은 들은 바가 없다고 정확한 입장표명을 했다.
“OBS(국제올림픽위원회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와 콘티에 대해 세밀하게 논의하고 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집어넣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개회식이 시작되기 전 식전 공연으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할 수도 있다”면서 “아직은 협의가 되지 않아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협의를 할 것이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도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하는 등의 발표된 내용 외에 개·폐회식 전체 순서는 변화는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또한 이번 공동입장은 그동안 국제경기에서 있었던 3차례의 전례를 따른 것이라 강조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한국은 대회 개최국이기 때문에 개회식에서 태극을 모티브로 3분 가량 공연한다. 국군 의장대의 태극기 게양도 있고 애국가 제창도 있다”면서 일부에서 개회식에 태극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불식시켰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은 송 총감독 외에 양정웅 개회식 연출(극단 여행자 예술감독), 장유정 폐막식 연출이 책임지고 있다. 각 연출들은 IOC와 계약상으로 인해 개·폐회식의 세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짐작은 할 수 있을 정도의 밑그림은 밝혔다.
개회식의 주제는 ‘피스 인 모션’을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존재 했던 평화의 의미를 전하고 그동안 한국인이 보여준 소통과 연결의 힘을 통해 온 세계가 함께 평화를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웅혼하지만 은은한 종소리가 온 세계인을 맞이하고 세상을 하얀 얼음으로 만들며 공연은 시작한다. 이 순수한 순백의 공간 위에 강원도 다섯 아이들의 모험이 펼쳐진다.
개회식을 맡은 양 총연출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을 열고 공감하고 소통할 때 평화가 만들어진다”면서 “기존 올림픽 개회식에서 보여준 스펙터클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 중심과 사람 정서의 따듯함에 초점을 맞춘다.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에 중점을 뒀다”고 개회식의 모티브를 설명했다.
장 연출이 맡은 폐회식 주제는 ‘넥스트 웨이브’다. “기존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도전 정신을 되새기며 평창 올림픽을 통해 미래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려는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폐회식에서는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게 올림픽기를 인수하는 걸 기념하기 위해 중국 측의 공연이 8분가량 열린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획식의 총연출을 맡았던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지난해 말 내한해 송 총감독과 만났다.
송 총감독은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은 정말 인상 깊게 봤다. 정말 많은 사람이 출연하고 많은 제작비가 드는 공연이라서 벤치마킹하기는 힘들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랑) 너무 규모가 다르다”면서 “적은 예산과 적은 공간에 맞는 베이징과 다른 개폐회식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송 총감독과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개회식이 열리는 장소는 동계올림픽 최초로 전용공연장으로 건설됐고 오륜을 상징하는 오각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한국적 마당의 상징성도 포함하고 있으며 4개의 커스텀타워를 활용한 와이어 상부 구조 또한 특징이다. 또한 개·폐막식장과 대회 기간 내내 성화가 타오를 성화대 모양을 이날 처음 공개했는데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올림픽 개회식 때마다 오륜기를 만드는 퍼포먼스와 성화 점화 방식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큰 관심사다. 송 총감독은 “올림픽의 ‘와우 포인트’인데, 성화 점화와 오륜을 만드는 방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게 구상하고 있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