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2조원 서울시 예산 유치 전쟁 시작…서울시 이달 중 입찰 공고 예정
가능성 커지는 복수금고 전환…우리은행 제외한 시중은행간 경쟁 치열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각 사옥(왼쪽부터).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시금고를 향한 우리은행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서울시금고 입찰을 두고 4년 만에 또 다시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의 아성에 도전할 전망이다.

서울시와 우리은행의 ‘시금고’ 약정기간이 올해 12월 31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한해 약 32조원을 주무를 수 있는 서울시금고에 대한 시중은행들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 양상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중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시금고 운영을 맡길 은행을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선정된 은행은 서울시 세금 등 각종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세임세출 외 현금 수납·지급, 유가증권 출납·보관, 유휴자금 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시중은행들이 서울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서울시가 다른 지자체 예산 규모에 비해 최대 8배나 많고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 특히 거액의 자금 유치를 통해 기관 소속 임직원과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수월한 영업 활동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103년 노하우로 우위

이에 따라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은행의 수성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무려 103년간 서울시 금고지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시금고 은행 선정 방식이 기존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바뀌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이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우리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리은행이 지켜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대 강점은 서울시의 주거래은행으로서 10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다. 특히 현재 1600여명이 넘는 금고 전문인력은 물론 연 1억 건 이상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OCR 센터도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시의 시금고 선정 기준도 우리은행에게 유리하다. 서울시의 2014년 시금고 선정 기준(100점)을 보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과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4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10점) 등 5가지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2010년 선정 당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기준이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는 물론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거래해 온 이점 등이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들과의 위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서울 시내 최다인 408개의 영업점과 1065개 자동화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재선정 당시에도 우리은행이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이번 재선정 입찰 경쟁에서 자신하는 이유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014년에도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다퉜으나 결국 우리은행이 재선택됐다"며 "100여년 간 업무를 계속 맡으면서 전산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

신한-국민-하나, 제2금고 쟁탈전

이처럼 우리은행의 독주체제가 가시화되면서 서울시금고를 지금의 단수금고에서 2곳 이상 은행에 시금고를 두는 복수금고로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에서 시금고를 하나만 두는 것은 투명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자체 모두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두는 ‘복수금고’로 운영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지자체의 금고은행을 기존 1곳에서 최대 4곳까지 선정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서울시의회 역시 2013년 4월 복수금고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가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2019년부터 제2금고를 두는 복수금고로 전환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서울시가 복수금고로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2014년 경쟁에서 떨어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제2금고를 두고 3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1금고는 우리은행이 몫이라는 것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입찰공고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복수입찰이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라고 말해 제2금고를 입찰경쟁에 뛰어들 것임을 암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이 지켜온 나라사랑카드와 경찰공무원 등 굵직한 기관영업 사업권을 따낸 바 있어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전에서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신한은행은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국민은행에게 뺏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비롯해 600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도 10년만에 우리은행에게 내줬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기업·기관고객 영업에 있어서 긴밀한 협업과 촘촘한 영업을 통한 토털마케팅을 바탕으로 신한이 지켜온 은행권 최고의 영업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위 은행장은 이를 위해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실시했으며 개인그룹에 속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하고 주철수 영업추진1그룹 부행장보를 선임하는 등 기관그룹으로 확대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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