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나들이 30대 세모녀 화마에 쓸려가, 홀로 남겨진 가장 피눈물

지난 20일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방화로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50대 유모씨가 지난 20일 홧김에 서울 종로5가 서울장 여관에 불을 질렀다. 투숙객 6명이 숨지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처참한 참사로 인한 안타까운 사연이 주위를 숙연하게 적시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방화를 벌인 범인 유모씨는 여관업주 김모(71·여)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 당시 취중인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엄청난 분노를 사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범인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여관 주인이 거절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오전 3시8분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3층 규모 서울장 여관에 방화를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이 타고 있다”는 여관업주 김모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고 112에 직접 신고한 유씨를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유씨는 이날 새벽 2시7분경 여관주인 김모씨가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관주인은 유씨가 주취소란을 벌인다는 이유로 각각 112에 신고했다. 각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은 범인 유씨에게 성매매와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에 유씨가 수긍해 사건은 종결된 듯 했다. 
 
그러나 유씨는 택시를 타고 1.8km 떨어진 인근 주유소로 이동해 휘발유를 구입한 뒤 해당 여관으로 이동해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를 저질렀고 1층에서 시작한 화마는 삽시간에 번져 잠든 투숙객들을 덮쳤다. 

하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결국 큰 인명피해를 초래했는데 새벽 시간이라 투숙객들이 깊이 잠든 상태였고 건물이 낡고 좁아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위급시 사람이 대피 할 수 있는 비상구가 잠겨져 있었다. 또한 방범의 목적으로 설치된 쇠창살이 여관 1층의 창문을 막고 있어 투숙객들이 참변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 자체의 유증기가 공중으로 번져서 불길이 순식간에 위로 솟구친 것으로 보인다”며 “유씨는 통에 들은 휘발유를 입구에 뿌린 뒤 수건으로 추정되는 물건에 불을 붙여서 던졌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투숙객 중 불이 난 것을 보고 2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최모(53)씨를 제외하면 부상자들도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중상을 입은 상태인데 경찰은 “부상자들 역시 화상이 심각해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도 알려졌는데 경찰은 여관 1층 105호에서 투숙객 30대 어머니와 10대 딸 2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어머니 박모(34)씨와 언니 이모(14)양, 동생 이모(11)양은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거주하다 두 딸이 각각 중학교, 초등학교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을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 모녀는 방학 시즌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전국 각지를 여행했는데 남편 이씨는 고향인 장흥에서 업무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세 모녀는 여행 5일차인 지난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넉넉지 못한 여행 경비로 인해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던 중 종로5가 서울장 여관 105호에 투숙했다. 참변 직후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아버지 이씨는 거주하던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서울로 급히 상경했다.

이씨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이곳에 안치된 부인 박씨의 시신을 확인했고 이어 사건 수사를 맡은 혜화경찰서를 찾아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자택이 있는 장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 모처에 사는 친인척의 집을 찾아가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매우 참담한 표정이었으며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또한 이 3명의 사망자 외에는 투숙객 7명이 각각 따로 방을 쓰고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일정한 거처가 없이 일명 쪽방을 쓰는 저소득층 장기 투숙자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6명의 가족들에 대한 조사는 마쳤다. 그리고 사망자 6명 가족들의 조사를 끝냈으며 추가 소환조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오후 유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종로5가 여관 방화 피의자 유 모 씨가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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