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혜대출 및 채용비리 의혹 등 경영진 검사 필요"
하나금융 "민간회사 고유 권한, 예정대로 진행"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그룹이 회장추천위원회 일정을 놓고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하나금융그룹과 금융당국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놓고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지주에 특별검사 기간 동안 회장 선임 절차(회장추천위원회, 이하 회추위)를 연기하라고 권유했지만, 하나금융이 이를 거부하고 강행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5일 하나금융지주에 "회추위를 연기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논란 등과 관련해 특별검사가 필요한만큼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에 회추위를 진행해달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관치" 논란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기업인데도 금융당국이 회추위에 관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하나금융지주의 회추위 일정 역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신임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연기 요청을 무시당한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책으로 응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금융당국 "특별검사 결과 이후 회추위 진행해야"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의 CEO 선임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시작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29일 "금융지주 회사는 특정한 대주주가 없다보니 해당 CEO가 본임 연임에까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이라며 현재 금융지주사들의 CEO 선정 절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뒤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맞장구를 쳤다. 최 금감원장이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CEO 승계프로그램의 경우 전반적으로 현직 지주사 회장의 압력으로 차기 회장 후보 추천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이 금융지주사의 CEO 선정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권은 곧바로 두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윤 회장의 경우 지난해 9월 잡음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했고, 김 회장은 3연임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에 나섰다. 김정태 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관여 의혹이 불거진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및 은행권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이 한 관계자는 "현직 주요 경영진과 연관된 특별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굳이 회추위 일정을 한달이나 먼저 서두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회추위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도 선임 절차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2015년 2월23일 김정태 회장을 회추위에서 후보로 확정해 연임했다. 

금감원과 검찰은 하나금융지주의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및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BR>하나금융 회추위 "일정대로 간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을 배제하는 등 개선된 지배구조에서 투명하게 회추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해 회추위 절차를 진행 중인데도 일정을 연기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하나금융의 반응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이와 관련 "하나금융은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관여가 지나치면 관치라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예정된 회추위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15일에는 김정태 현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 전현직 하나금융 출신 후보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추위는 추가적인 인터뷰를 진행한 후 최종후보군을 결정하고, 오는 22일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회추위를 연기해달라고 요청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일정을 강행한 만큼 후폭풍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 한다"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한발 물러나면서 회추위의 부담감도 높아졌다. 향후 일정과 선임 이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회추위가 져야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양측의 갈등에 우려스런 모습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당국은 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임 절차 중단을 요청했고, 하나금융은 이에 반발해 절차를 강행해버렸다"면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자칫 금융권 전체에 큰 혼란을 가져올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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