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스전] 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⑭ - 시추성공 애국 일념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긴박했던 쉐 탐사정 시추과정

3차 탐사기에 진입해 본격적인 시추 준비에 들어갔다. 이 무렵에는 기술 인력의 충원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신입 사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자체교육을 시키거나 해외연수를 통해 기술력을 증진시켜 나갔고, 지질 전문 경력 직원도 보강해 탐사팀의 기술력이 상당히 구축된 상태였다.

지질학이나 자원공학을 전공한 신입 사원들을 포함해 미얀마 탐사업무를 담당한 모든 직원들은 국내 민간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해외 광구의 운영권자로서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열심히 전문 지식을 익히면서 밤늦게까지 그리고 주말도 잊으며 열정적으로 탐사작업과 시추준비에 전념했다.

비록 회사 자체로는 석유탐사 운영권사의 경험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석유탐사의 선진 기술을 익히고 한국석유공사에서 실제 탐사운영을 경험해 본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우리 직원들은 인공지진파 탐사와 지질 분석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쉐-1 탐사정 위치와 시추 경로 결정

우리는 쉐 유망구조 내에서 가장 적절한 시추 지점을 찾기 위해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동안 취득한 특수전산처리 결과물들을 다시 분석하고 워크스테이션 컴퓨터를 활용해 인공지진파 자료를 다양하게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쉐 유망구조에는 4개의 목표지층이 있었다. 이 모든 지층들의 가스 부존 여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추 지점과 시추 경로를 정해야 했다. 시추 위치를 정할 때는 가스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고 동시에 가스전의 탐사 자원량을 평가하기에 가장 적절한 지점을 선택해야한다.

쉐 유망구조에 있는 4개 목표 지층의 가스 부존 여부를 평가하기에 가장 적절한 곳으로 첫 번째 시추공인 쉐-1 탐사정의 시추 위치를 최종 결정했다. 당연히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였다.

다른 국내 회사들의 경우 운영권자로서 탐사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인공지진파 탐사자료 해석 작업 자체를 외국 용역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석유를 찾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작업인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해석하는 것은 물론 유망구조 도출과 시추 위치 선정을 외부 용역회사나 외국 컨설턴트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수행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기술력이고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쉐 가스전 발견 이후에 행해진 가스전평가정의 위치 선정과 시추 후의 평가 작업도 모두 우리 회사 자체의 기술력으로 수행했다.

전문 인력 보강과 시추 준비

석유지질 분야와 인공지진파 탐사 분야 못지않게 탐사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인 시추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도 보강해야 했다. 시추를 전담하는 시추 매니저와 시추선 현장에서 작업할 시추 기술자, 시추 자재 보급을 담당할 전문 인력들을 고용해 쉐-1 탐사정 시추준비를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갔다.

시추작업에는 시추선 운영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용역회사들이 작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준비가 필요하다. 시추가 진행되는 동안 각 과정을 담당하는 용역회사가 서로 다르고 자재들을 공급하는 회사들도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1개의 공을 시추하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용역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3차 탐사기는 2003년 7월에 진입했지만 실질적인 시추준비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우선 시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비용도 가장 많이 드는 시추선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사용 가능한 시추선을 일일이 수배해 우리 시추에 적합한지 알아봤다.

우리가 시추하고자 하는 쉐 유망구조는 수심이 110미터 이상 되기 때문에 잭업 시추선은 작업이 불가능해 반잠수식 시추선과 시추 선박을 대상으로 시추선을 찾던 중 에너지서처(Energy Searcher)라고 하는 시추 선박을 구하게 됐다.

시추선 확보와 함께 시추에 필요한 모든 용역계약도 체결했다. 시추선박 에너지서처 호는 싱가포르에서 시추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선적한 뒤 미얀마 서부 해상 A-1광구의 시추 지점에 도달했고, 2003년 11월 15일 드디어 쉐-1 탐사정의 시추를 개시하게 됐다.

당초 시추 계획

쉐-1탐사정은 당초에 경사정으로 계획됐다. 시추 대상은 4개의 지층이었는데 상부의 3개 지층(D1, D2, G1)은 배사구조 형태로 돼 있었으나, 가스 부존 가능성이 가장 높고 최하부에 위치한 G5 지층은 층서트랩 형태로 놓여 있어 수직정으로 시추할 경우 4개 지층을 모두 관통할 수 없었다. 따라서 목표로 삼은 4개 지층으로 모두 관통하도록 하기 위해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다가 2,200미터 지점에서부터는 경사정으로 시추하기로 했다.

검보현상 발생

쉐-1탐사정의 시추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미얀마 서부해상의 해안선 부근 연안지역에는 이미 다른 회사들이 여러 공을 시추했기 때문에 그 지역 지층의 특성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그러나 해안선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우리의 쉐-1 탐사정 시추 지점은 이전에 시추한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지층이 놓여 있는 곳이었다.

이 지역은 연안 지역 지층에 비해 지질학적으로 오래 되지 않은 젊은 지층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인근 지역에 뚫은 시추자료가 없어 지층의 특성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시추작업이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얀마의 현장 책임자로부터 “시추작업이 순조롭지 않습니다. 검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서울로 보고가 들어왔다. 검보(gumbo)란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안즈에서 유명한 해산물 요리다. 각종 해산물을 진하게 우려내어 국물이 아주 걸쭉한 해산물 스프의 일종이다.

시추가 진행되는 동안 지하에서 주성분이 진흙이면서 지질학적으로 오래되지 않아 충분히 고화(固化)되지 않은 무른 지층을 만날 경우, 마치 자동차가 진흙탕에 빠져 바퀴가 헛도는 것과 같이 시추 굴착기가 헛도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검보의 짙은 색깔과 진한 국물이 마치 진흙탕과 같아, 시추 중에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을 ‘검보현상’이라고 한다. “시추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군요?” “와이퍼 트립(wiper trip)을 해 나가면서 굴착하기 때문에 시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시추 중 지층 내에 문제가 생길 때 굴착기를 시추공 내에서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시추공 벽을 청소하는 것을 와이퍼 트립이라고 한다. “굴착기가 헛돌 뿐만 아니라, 굴착기를 달고 내려가던 드릴 파이프가 수시로 시추 공벽에 들러붙습니다.” “시추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시추공 벽을 깨끗이 유지하면서 목표지층까지 잘 들어가도록 해봅시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없이 많은 시추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추 도중 기계적 문제가 생기거나, 지층에서 예상치 못한 과압력 현상이 나타나거나, 우리처럼 굴착기가 헛도는 현상이 발생해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시추를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는 어떻게든 시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초조한 심정을 억누르며 조금씩 조금씩 시추를 진행시켜 나갔다. 드릴 파이프 속으로 유입하는 이수의 비중을 높이고 굴착기를 아래위로 내리며 시추공 벽을 청소하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하면서 조금씩 목표 지층을 향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필자 양수영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