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사장단 전원 퇴진 50대 경영진 교체...최치훈 전 사장은 이사회의장 계속 수행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에 자리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세대교체에 따른 혼란 방지와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둔 것 같다."

삼성물산이 지난 9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이후 두달 만이다. 이에 따라 미스터해결사로 불리던 최치훈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장, 김봉영 리조트부문장이 모두 퇴진했다. 후임으로는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이영호 CFO와 고정석 기획팀장, 정금용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신임 부문장(사장)으로 결정했다. 

재계는 세대교체에 따른 조직안정과 내실다지기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다. 특히 젊어진 사장단을 통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성장을 위한 내실 강화에 나설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세대교체 통해 50대 사장들 전면 배치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물산 인사에 대해 성장을 위한 '세대교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60대 경영자들을 모두 퇴진시키고 젊은 사장단을 기용해 글로벌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임 사장단들을 면면을 살펴보면 최근 몇년간 내실다지기에 집중했던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먼저 건설부문을 이끌게 된 이영호 사장은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SDI와 미래전략실을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또한 삼성물산 CFO와 건설부문 지원실장을 겸했다. 특히 멕시코와 말레이시아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현장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평가다. 

특히 2012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에 임명된 후에는 해외 부실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정리했으며,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정에서는 최치훈 전 사장과 함께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석 신임 상사부문장은 198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화학팀장과 소재사업부장을 역임한 트레이딩 전문가다. 2016년부터는 기획팀장을 맡아 물산의 살림살이를 관장하기도 했다. 정금용 신임 리조트부문장(부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과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을 거쳤다. 이번 인사를 통해 '웰스토리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되면서 사실상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신임 경영진들은 모두 삼성물산 내에서 핵심보직을 맡으며 폭넓은 경험을 해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치훈 전 사장은 이사회의장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물산 인사 역시 삼성그룹 '50대 CEO 원칙'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10월 단행됐던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와 판박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지난 9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의사를 밝힌 후 윤부근-신종균 부문장과 이상훈 부사장이 모두 동반퇴진했다. 이때도 권 전 부회장을 비롯한 60대 CEO들이 모두 동반퇴진함과 동시에 이상훈 전 CFO가 이사회 의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세대교체에 따른 혼란수습 역할을 맡았다. 

 젊어진 삼성물산, 앞으로의 숙제는

재계에서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젊어진 삼성물산이 과거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던 모습과 달리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통합지주사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한 만큼 지주사로서의 역할 강화와 함께 사업재편을 통한 매출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를 비롯해 금리인상, 후분양제 도입 등 국내 여건이 어려운 상황인만큼 엔지니어링 합병을 통해 해외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지난해 해외수주고는 15억3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방글라데시와 싱가포르 등에서 토목 건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해외사업 부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영호 신임 사장은 재무통 출신"이라며 "국내 사업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통이 수장을 맡은 만큼 공격적인 사업확장 전략보다는 내실다지기와 지주사 체제 확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정석 신임 사장이 맡게 된 상사부문에서는 신사업 확장과 수익성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된 삼성물산은 2010년 이후 상사부문에서만 10조원대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수년째 8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재계에서는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전자와 올해 초 물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재까지 사장단 인사가 나오지 않은 곳은 금융부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산하 금융계열사들 역시 60대 퇴진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에 필요한 것은 젊은 CEO가 아니라 금융지주사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금융계열사 내부에서 이를 조율한 후보를 찾다보니 금융계열사 인사가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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