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간호사 근무환경 정책간담회…의료기관 인증제 평가 개선 및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 필요

우리시대의 간호사는? 자료=김지현 백석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제 때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배가 고픈 상태에서 환자에 대한 불안감과 해결하지 못한 일들로 머릿속은 복잡한데 하루 종일 서 있거나 뛰어가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끊임없는 요구사항을 아주 정확하게 아주 빨리 빠짐없이 차팅을 끝낸 후 긴 밤근무 동안 잠시도 쉬지 못한 채 마음 졸이며 인계을 했건만 상급간호사와 수선생의 꾸중을 듣고 기진맥진해 집에 가면 도통 잠은 오지 않고 거의 매일 시간외 근무는 했지만 수당도 못 받고…"

조순연 전(前) 경상대학교병원 간호부장(경남도간호사회 부회장)은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연속정책간담회'에서 간호사 업무 현실을 이같이 소개하며 "환자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고위험군 직업에 속한 간호사의 세계는 인권의 사각지대"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는 간호사가 생명과 직결되는 고위험성 직업으로 정확성과 신속성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모든 진료과 분야별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는 등 육체적·정신적·감정적 노동자라는 특성을 반영한 표현이다.  

간호사 본연의 업무는 환자간호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 행정 업무 등이 과다하게 부여되지 않도록 간호사 업무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최근 병원 내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고유의 환자 간호업무 뿐 아니라 부가적 업무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환자간호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근로강도를 높여 근무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2016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근로강도였다.

이직 의향 병원 간호사의 주된 이직 사유. 자료=조순연 前 경상대학교병원 간호부장

간호사의 높은 이직으로 결원이 발생하고, 이는 높은 노동강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종합병원, 일반병원의 차이없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최근 6년간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2011년 27.8%, 2012년 31.6%, 2013년 27.8%, 2014년 23.4%, 2015년 32.4%, 2016년 29.8%였다. 종합병원은 더 높다. 2011년 33.0%, 2012년 36.1%, 2013년 35.3%, 2014년 37.5%, 2015년 34.4%, 2016년 38.2%로 나타났다. 일반병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2011년 30.1%, 2012년 24.0%, 2013년 23.6%, 2014년 25.3%, 2015년 39.3%, 2016년 38.0%였다. 

이직 의향이 있는 간호사의 주된 이직 사유 중 '높은 노동강도 때문'(23.0%)은 '낮은 보수'(3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 보건의료노동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 중 노동강도는 100점 만점에서 29.4점으로 가장 낮았다. 노동시간 34.7점, 임금수준 38.1점, 인사관리.노무관리 39.5점으로 40점대를 밑돌았다. 

병원 내 각 부서와 직종간 갈등 등 노동강도를 높이는 다양한 요인 중에서 병원인증평가는 단연 돋보인다. 총 549문항 중 간호와 관련한 문항만 352개(64.1%)에 달한다. 이처럼 간호부는 평가에 대비해 많은 준비와 수검을 받아야 하는 주요 부서로, 평가 동안 업무 과중은 물론 직무 스트레스 증가로 업무 의욕을 상실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간호사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겪는 현상으로, 간호사는 의료기관 인증제와 관련해 가장 많은 영역을 담당하지만 기관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조순연 전 경상대학교병원 간호부장은 "간호행위에 대한 수가산정으로 저임금문제를 해소하고 중소병원의 간호사 임금 체계를 개선하고 간호등급제 수가를 상향조정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의사인력 부족 역시 의사직에서 해결하고 간호사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하고 의료기관 인증제의 실태조사 후 평가를 위한 평가항목은 삭제 또는 보완하는 등 적극적인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백석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최근 병원환경의 변화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 등에 따라 간호서비스 제공의 우수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야간 전담간호사 채용과 휴일전담제로 기혼여성인력을 흡수하고 업무가 집중하는 요일과 시간에 맞춰 업무를 배정하는 시간제 간호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연속 정책간담회'는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 주최로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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