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 교수

연말 연초가 되면 SNS에 올라오는 글들이 평상시보다 훨씬 많아진다. 동창회나 동우회에서 운영하는 벤드, 지인들끼리 주고받는 트위터, 페이스 북, 카카오톡 등에 멋진 풍경사진, 여행지에서 찍은 인물사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소식을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SNS에 올린다.

옛날부터 자식 자랑과 마누라 자랑하는 이들을 팔불출이라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가족관련 소식보다는 자신자랑 일색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가 있다. 얼마 전에 어느 언론매체에서 조사한 것인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성인 남녀 2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8명(33.9퍼센트)은 ‘트위터‧페이스 북 등 SNS에서 기쁨‧행복을 과장한 적이 있다’고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감정을 과장한 이유는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53.8퍼센트)’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26.9퍼센트)’, ‘지인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10.3퍼센트)’ 순으로 드러났다.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남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일종의 기쁨 스트레스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한다. 기쁘고 행복한 삶도 비교 가능한 객관적 실체처럼 남보다 더 그럴 사하게 보여야 하고 부러움을 사야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특히 행복한 삶을 위한 상황이나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편적인 보여주기 식 기쁨경쟁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를 ‘기쁨강박’이라고 한다. 

본래 일상에서의 기쁨이나 즐거움 등 행복요인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으로서 남들의 이목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행복에 대한 선각자나 선지식인들의 공통된 견해를 한마디로 나타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의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로는 ‘행‧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다. 

행‧불행과 관련된 감정은 지극히 내면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으로 구체화할 수 없는 개념인데, 타인의 그것과 비교하여 잘난 채 하고 튀고 싶은 심리를 또 다른 상태로 설명해주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라는 게 있다. 조명효과는 연극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배우처럼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한마디로 착각이다. 

이러한 조명효과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비롯된다.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자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내가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듯이 세상 사람들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남보다 잘난 채하거나 튀지 말라는 의미로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쁨강박’과 ‘조명효과’처럼 나부대다가 모난 돌처럼 낭패당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문으로 받아드려도 좋을 성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 안달한다. 그러다보면 과잉으로 행동하기도하고 잘난 척하다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물론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발전을 도모하려는 동기유발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공개된 사이버 공간에서 대놓고 자기를 과시하는 행위는 아이들 교육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거나 속상해하지 말고 내가 먼저 남을 배려했는가를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내적성숙은 하나씩 쌓여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내 영혼은 그만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남에게 조명을 받는다는 것은 곧 자유로운 내 영혼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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