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홍종학 압박 속 '스위스 라벨'(Swiss Label) 모델 눈길…中企 공동브랜드 제도적 정비 요구

이마트 노브랜드 감자칩.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자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들이 해외 거래선을 통한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성장모델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스위스형(形) 공동브랜드인 '스위스 라벨'(Swiss Label)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수출길 연 이마트 '노브랜드'…공공기관 등 참여 상생협력 확대    

이마트 '노브랜드'가 중소기업 수출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과자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산들촌은 지난해 6월 노브랜드로 체다치즈볼, 고르곤졸라치즈 소프트콘, 인절미 스낵 등 3종을 출시해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출 대상국은 이마트 점포가 있는 중국 몽골 베트남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등으로 늘었고, 올 들어 수출 대상국은 영국 홍콩 대만 일본으로 확대됐다. 

산들초과 함께 남양농산 역시 이마트 노브랜드로 양곡을 생산하면서 베트남에 '노브랜드 혼합 9곡' 쌀을 수출하고 있다. 노브랜드 혼합 9곡은 현미 찰현미 찰수수쌀 완두콩 찹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상품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포장과 디자인, 브랜드 등은 없앤 상품군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브랜드와 함께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K뷰티를 강화하는 등 상품 차별화로 매출액 1조를 돌파했다. 실제 지난해 5월 60여 개였던 K뷰티 브랜드 수는 올해 12월 현재 135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윤경림 KT 부사장은 6000여개 중소협력사의 연매출 7조원 실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11월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KT는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프로그램에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는 등 선도적으로 참여해 스타트업.벤처기업 400개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했다.  

LG전자 권순걸 부장은 동반성장 홈페이지를 만들고 공정거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한편 동반성장 조직을 2011년 16명에서 2016년 115명으로 신설.확대 개편하는 등 협력관계 조성에 앞장서 동반성장위원회 산업포장을 받았다. 

또 LG생활건강은 사내외 다양한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통해 2014년 9억 원이던 협력 중소기업 신규 매출을 2016년 44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협력회사 709개사에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해 4072억 원을 결제하고 2~4차 협력회사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중소기업과 협력 연구개발(R&D)을 통해 교통안전교육용 4D시뮬레이터 및 가상현실 영상을 제작했다. 협력기업은 이를 통해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한돼 있던 가상현실(VR) 사업을 교육분야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전기술은 사내 동반성장 협업 추진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성장 활동을 추진하고, 기관 특성을 반영한 동반성장 로드맵을 실행하는 등 한전기술에 특화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영세중소기업의 발전소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 사업소별 2·3차 23개 수탁기업협의회 175개사와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들도 주목을 받았다.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성공사례 '스위스 라벨' 주목

이같은 성과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브랜드 인식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조사결과 '브랜드 인지도 미비로 영업활동에 제약이나 한계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83.3%에 달했다. 특히 수출기업의 98.5%가 '외국 바이어가 알고 있는 브랜드라면 수출에 도움이 된다'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역시 중소기업 판로확대를 위한 공동브랜드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렌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썬키스트'를 비롯해 키위 브랜드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제스프리', 이탈리아 '프리막스', 일본 '구마몬' 등은 성공적인 공동브랜드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만2000개 이상 공동브랜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귀에 익은 성공적인 브랜드는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로 '스위스 라벨'(Swiss Label)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위스 라벨은 스위스 제품 및 서비스 진흥기관에 의해 도입됐고, 지난 6월 기준 총 524개 기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스위스산'이라는 사실이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스위스산 또는 스위스적인 것(Swissness)을 내세운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품질, 정확성, 안정성 및 신뢰를 상징하는 세계적 브랜드인 Nescafe(식품), ROCHE(의약), Novartis(의약), Nestle(식품), Nespresso(식품), Schindler(엘리베이터) 등은 스위스산 (Swiss Made 혹은 Made in Switzerland)이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분위기가 확산되는 만큼 대기업의 해외 수출망을 활용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제품의 판매확대를 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한나 KOTRA 스위스 취리히 무역관 차장은 "해외시장에 내놓을 제품은 결국 고품질이어야 하며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줘야 한다"며 "'Switzerland'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고 전 세계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과 브랜드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엽 남서울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를 시장내 정착시키지 못하면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판로 유지 및 확대는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지속적인 홍보비 지원을 통한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공동브랜드 사업의 규약에 대한 제도적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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