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자 생활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소위 뻗치기라 불리는 긴 기다림일까요? 아니면 폭력시위 현장일까요? 제 주변을 보면 대부분 동의하는 것이 아마도 ‘오보’을 내는 것입니다. 오보에 대한 것은 보통 충분한 사실 관계를 취재하지 않았거나 소위 정보 제공자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기자의 취재내용을 데스크에서 교정하는 과정에서 오보를 생산(?)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오보가 발생하면 경위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럼 며칠 후 오보 기사가 났다고 신문 한쪽에 내용을 바로 잡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언론사에서의 오보는 치명적입니다.

저는 몇 개의 신문을 늘 탐독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읽는다는 것은 화면이 아닌 종이에 인쇄되어 비릿한 잉크 냄새가 남아있는 신문 읽기를 더 좋아합니다. 편집자가 어떤 기사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어떤 기사와 기사를 어떻게 배치했는지를 보면 편집자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사 신문의 기사 중 오보가 있었다.라고 고백하는 글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오보가 많이 줄어들었을까요? 단언하건대 오보는 더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몇몇 신문들은 오보와 사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기자가 질문하고 앞뒤 말들을 다 자르고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문장만 뽑아서 확대 해석하는 글도 요즘은 많습니다.

며칠 전 지인들과 모임 때문에 인사동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마침 태극기 집회라고 부르는 친박 집회 행진을 우연히 목도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1만 명도 안 되는 촛불 집회를 언론사에서 100만 명 운운했다.’‘최순실 씨가 사용 한 태블릿은 최순실 것이 아니다.’‘문재인 대통령은 종북주의자이고 김정은 하수인이다.’이런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저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혹시 저들의 주장이 정당 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왜 그들은 그런 주장을 하는지 집에 돌아와서 조금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 언론사에 의해서 ‘보도’라는 미명하게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보의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가짜 뉴스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 왜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것일까 언론은 이미 자신의 주장이 중요하지 사실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해야 하는다는 언론의 기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얼마 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의 우리나라와 일본에 핵무기 배치는 고려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핵개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몇몇 언론사에서 보도되었지요. 그래서 다른 매체에서도 후속 보도로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로 우리나라 연합통신과 조선일보 그리고 헤럴드신문사를 직접 태그하고 매우 유감스럽다. 자신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가 특정 정치 세력의 주장과 선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페리 장관은 자신의 글에서 “보수정당 주장을 옹호한 것이다. 이 정도면 워싱턴발 연합뉴스가 무슨 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오직 진영 주의에 함몰되어서 사실보다는 진영논리와 정치적 레토닉만을 전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가짜 뉴스 판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진영만을 위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매번 배워 왔습니다.

저는 친박 집회를 바라보면서 저들은 어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저들이 일요일 종로거리를 저렇게 시위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민주주의의 혜택이겠죠. 민주주의 작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면서 정작 전체주의 노선과 독재권력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들의 거짓된 주장과 그 거짓된 주장을 사실처럼 말하는 언론들을 바라보면서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디에도 없는 듯했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더 천박해져 버린 진영주의와 극우주의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연말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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