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남녀 흡연율 동반 상승…수많은 국가의 정책목적은 담배 없는 사회 구현

민무늬담뱃갑 이미지. 자료=바른정당 박인숙 국회의원 사무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두 번째 정책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민무늬(Plain Packaging)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 성인 흡연률이 상승하는 데다 청소년 흡연률까지 높아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 결과가 주목된다.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1주년 학술기념회 - 민무늬 담뱃갑' 도입방안 세미나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담뱃갑 포장을 바꿔 흡연률을 낮추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민무늬담뱃갑의 국외 도입현황과, 이에 반대하는 담배회사의 대응 등이 소개됐다. 

흡연 사망자 연간 5만8000여명…교통사고 사망자 10배 웃돌아

매년 흡연으로 소중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5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5천300여명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5년 39.4%에서 2016년 40.7%로 1.3%p 상승했다. 2015년 5.5%였던 성인 여성 흡연율도 2016년 6.4%로 1.1%p가 상승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07년 기준으로 연간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 또한 매년 1조7000억 원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이처럼 흡연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됐다. 

국민 건강과 사회적 비용 축소를 위한 금연정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담뱃값 인상, 담배 경고그림 삽입 등 신규 흡연율을 낮추고 금연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실제 2015년 1월 담뱃값 인상으로 2014년 43.1%에 달했던 19세 이상 성인 남자흡연율은 2015년 39.4%로 감소했다. 성인 남자흡연율이 30%대로 하락한 것은 흡연율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에 따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담배는 해롭다'라는 막연한 인식이 아니라 폐암, 후두암 등 담배의 폐해를 보다 생생한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민무늬 담뱃갑 도입현황. 자료=이성규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담뱃갑 경고그림 크기 작고 내용 모호…브라질 뒷면 100% '경고그림' 대조적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경고그림 정책이 시작된 상황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주요 선진국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레인 패키징(plain packag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계가 중심이 돼 민무늬 담뱃갑(plain packaging)이라는 명칭으로 관련 정책이슈를 선도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 현재 담뱃갑 경고그림이 흡연의 위험성이나 경각심을 느끼기에는 외국의 것과 비교해서 그림의 크기가 작고 내용 또한 모호한 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001년에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가 담뱃갑 면적의 75%, 2002년에 도입한 브라질이 뒷면에 100%로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8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WHO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배소비 감소를 위해 각 당사국에 구체적 조치들을 제시하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높은 흡연율은 사회적 비용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개인의 건강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매년 서울시 인구의 반이 넘는 약 600만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만 약 1조4000억 달러, 우리나라 국민총생산 수준에 달한다. 

Plain Packaging 도입 공방…담배회사 '기업활동 위축' vs 학계 '담배는 독특한 규제 대상'

하지만 민무늬 담뱃갑(Plain Packaging)에 대한 담배회사의 반발도 거세다. 담배회사는 전면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플레인 패키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밀수나 밀거래 등 범죄를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플레인 패키징은 쉽고 저렴하게 위조가 가능하고 흡연자들은 브랜드가 있는 담배갑을 선호해 밀거래 담배 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호주에서 담배 밀거래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고가의 컨설팅을 통해 정부의 관련 부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기 언론매체에 현란한 기고도 적극 동원되고 있다. 인기잡지의 표지 기사는 물론 담배갑 규제는 테러를 유발하고 암시장에 축포를 쏘아올리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플레인 패키징이 흡연률 감소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영세 소매업자에 대한 타격, 다른 제품에 대한 도미노효과, 담뱃값 인하 요구, 비합법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담배회사의 주장에 대한 학계 등 반박도 만만치 않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담배 외 제품에 대한 플레인패키징을 제안하지 않았고, 실제로 다른 제품에 대한 플레인패키징의 증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담배는 독특하게 해(害)를 초래해 독특한 규제대상이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직 담배만이 최초로 국제보건조약인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의 규제 대상이고, 수많은 국가의 정책목적은 담배 없는 사회 구현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최근 확산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나 캡슐담배 등 담배의 매력을 높이려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경고그림 또한 더욱 강화하는 한편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지원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호주의 민무늬 담뱃갑 진열 예시. 자료=조형오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플레인패키징 도입은 국제협약을 이행하는 것이고 담배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고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변호사는 "범정부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법령과 정책에 관한 핵심이슈를 담은 요약서면을 활용해 담배회사에 대응해야 한다"며 "일반 대중에 대한 발표는 신중히 하되 서류를 확보하고 기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인숙 국회의원은 "권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흡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도 국민건강을 지키는 금연정책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1주년 '민무늬 담뱃갑 도입방안' 세미나는 지난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박인숙 국회의원, (사)한국금연운동협의회, 대한금연학회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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