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변화 주시, 금호산업 인수 위해 산은에 타이어 대신 홀딩스 지분 40% 맡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회생방안으로 자율협약과 강제채무조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1월27일과 12월1일 금호홀딩스 지분 4만400(42억100만원)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28.1%로 끌어올렸다. 또한 부인인 이경열씨와 장녀 박세진씨도 1일 금호홀딩스 주식 4300주(4억4700만원), 5300주(5억5100만원)을 각각 사들이며 지분율을 높였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확보에 충분한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 일가가 굳이 지분 추가매입에 나서는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 일가는 2015년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에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담보로 제공했는데, 이 지분이 법원에 의해 강제처분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타인에게 매각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에 큰 변화가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현재 박삼구 회장 일가의 금호홀딩스 보유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40%를 포함해 61%(우호지분 포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호 “담보해지” vs 산은 “차입금 먼저”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사장이 산업은행에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담보로 제공한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당시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타이어 지분 8.14%를 블록딜(시간외 매매)로 처분했다. 

문제는 이 금호타이어 지분이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에 대한 담보물건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박 회장은 블록딜로 처분한 금호타이어 지분의 담보해지를 요청했고, 대신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다시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지분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지난 9월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금호홀딩스 지분 40%의 담보해지를 요청한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의 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간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됐다고 볼 수 있다”며 “금호타이어 차입금의 담보로 제공했던 금호홀딩스 지분의 담보해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불가하다’고 응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담보채무는 별개 사안”이라며 “채무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담보해지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금호홀딩스 지분의 담보해지를 놓고 대립각을 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지난 11월 금호타이어 포기방침을 밝혔다. 박 회장은 직접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자율협약 vs 강제조정, 산은의 선택은

금호타이어 포기 방침을 밝혔지만, 박 회장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에 맡긴 금호홀딩스 지분 40% 때문에 금호타이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와 관련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자율협약과 강제채무조정(P-플랜)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인 만큼 박 회장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금호홀딩스의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직접 산업은행에서 찾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원 주도로 진행되는 강제 채무조정(P-플랜)이다. 이 경우 법원은 산업은행이 담보로 갖고 있는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회생담보채권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홀딩스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 금호타이어 채권상환에 사용한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금호홀딩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 일가→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상위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의 지분 40%가 남의 손에 들어갈 경우 지배구조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경영권마저 빼앗길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 측은 산업은행에 지속적으로 금호홀딩스 담보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11월28일 금호타이어 상표권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원하겠다”며 두루뭉술하게 밝혔다. 상표권을 소유한 금호산업 역시 상표권 사용을 요청한 금호타이어의 요구에 이렇다 할 대답을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재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P-플랜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지원에 따라 받은 담보물건인 만큼 무조건 담보해지할 경우 배임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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