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4세들 지분 보유한 판토스, 그룹 물량 지원에 전년대비 37% 성장

국세청이 LG그룹 계열 LG상사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사진은 구광모 LG전자 상무.

[민주신문=서종열기자] 국세청이 LG그룹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사대상은 LG상사다. LG상사는 당초 LG그룹 오너일가들이 독자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LG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주)LG가 오너 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 전량(24.7%)을 3000억원에 사들이면서 계열사로 편입됐다. 

국세청의 급작스런 세무조사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자 LG상사는 "4년마다 받는 정기조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상사 세무조사 업무를 '국세청 중수부' 또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 4국이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조사 4국은 통상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 중대한 범죄 혐의로 있을 경우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정예로 구성된 조사 4국의 급작스런 LG상사 세무조사. 재계가 이번 세무조사를 주시하는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LG상사 넘어 판토스가 타깃?

재계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LG상사 세무조사가 LG그룹 계열 물류전문회사인 판토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판토스의 주요주주 명단에 LG그룹 오너 일가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일 현재 LG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주)LG를 소유하고, (주)LG가 계열사를 소유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그런 만큼 LG오너일가들은 LG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따로 소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오너 일가들이 지분을 따로 보유한 곳이 있다. 바로 LG상사, LG CNS와 판토스다. 이중 LG상사는 앞서 밝힌 것처럼 지난 11월에 (주)LG가 오너 일가 지분 전량을 모두 인수했다. LG CNS는 구본무 회장과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각각 97만2600주, 24만3200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주)LG가 전체 지분의 85%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시선이 쏠린 곳은 이 3곳의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적은 판토스다. 판토스는 구본무 회장이 아닌 LG가 오너 4세들이 전체 지분의 19.9%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가 오너 4세 중 구본무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구광모 상무가 이곳의 개인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구 상무는 판토스 지분 15만주(7.5%)를 보유 중이다. 

구 상무가 판토스 지분을 보유하게 된 과정 역시 독특하다. 당초 판토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던 구 상무는 2015년 LG상사가 당시 범함판토스(현 판토스) 지분 51%를 매입하는 과정에 참여해서 개인자금 400억원을 투자해 15만주를 사들였다. 이후 판토스는 LG그룹 계열사의 물류사업을 전담하게 되면서 지난해 3조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무려 37% 급증한 규모다. 

게다가 판토스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위 규제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공정위가 규제할 수 있는데, 판토스는 대주주 보유 지분이 19.9%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아닌 상황이다. 이른바 0.01%의 마법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국세청의 이번 LG상사 세무조사가 실제로는 판토스를 향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LG상사 측은 "4년마다 받는 정기 세무조사일뿐"이라고 밝혔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구 상무 승진 보류?

이번 세무조사로 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구 상무는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이후 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지분을 꾸준하게 늘려가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주)LG의 지분을 증여받았으며, 자체적으로 지분을 사들여왔다.

그 결과 구본무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주)LG의 3대 주주에 올라있다. 구 상무는 (주)LG의 지분 6.24%를 소유 중이다. 

최근에는 LG상사 보유 지분을 (주)LG에 매각하면서 250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희성급속 지분 3%를 매각해 70억원을 손에 쥔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주)LG와 LG상사에서 받은 배당금 140억까지 포함하면 총 48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이 자금으로 (주)LG의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구 상무지만, 지난달 30일 LG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는 승진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주)LG 시너지팀에서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정보통신 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자리를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부담때문에 승진보다는 경영수업 연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LG그룹 승계구도의 속도가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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