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지주 CEO 선임과정 문제점 지적, 금감원은 '경영 유의' 제재조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대주주가 없다보니 현직이 너무 계속한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일 금융지주사 CEO 선정과정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금융지주사는 지배구조 특성상 대주주가 없어 현직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왔다"면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에 유리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승계작업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CEO의 책무"라며 "잠정적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만든 후 연임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CEO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은 "금융지주 CEO 선정과정을 문제 삼아 금융위가 관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제재 조치' 받은 하나금융과 KB금융

지난달 29일 시작된 최 금융위원장의 작심발언은 지난 11일에도 계속됐다. 독점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 주주체제를 이용해 현직 CEO들이 연임을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은 "주인(대주주)이 없다보니 현직이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사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최 금융위원장과 같은 입장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금융지주사 회장 후보 추천 구성에 있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발견됐다"며 "현직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CEO 승계프로그램도 유명무실했다"는 지적한 것.

특히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들어가서 연임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상식적으로 현직이 연임할 경우 회추위에서 배제돼야 하는데, 어느 지주사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관련 '경영 유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하나금융의 경우 현 김정태 회장이 원칙적으로 CEO 후보군에 포함돼 있음에도 회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회추위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KB금융의 경우 잠재적인 후보군인 이사 등이 경영승계절차와 후보군 선정을 관장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선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특히 금감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이 회장 후보자군을 육성하도록 돼 있는데도, 제대로 된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았으며, 객관성이 확보돼야 할 사외이사 선임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불투명한 선정과정으로 인해 지주사 경영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종규 회장 연임과정에서 노조가 윤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조 측은 자신들이 진행했던 윤 회장의 연임 관련 온라인설문조사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경영진을 고발했다. 이로 인해 경찰이 KB금융 본사를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지배구조 문제 빌미로 관치 나서나

금융위와 금감원의 문제제기에 금융권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를 빌미로 금융당국이 관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지주 CEO 선정과정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생겼거나, 지주사 내 심각한 갈등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금융당국의 문제제기가 과도하다는 보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는 금융위의 의결을 거친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 규범에 맞춰 이뤄졌는데, 아직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사외이사 평가절차' 등을 지적한 것은 과도한 지적이란 분석이다. 

시기적인 상황도 금융권을 불안케 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면 민간금융사들의 CEO들도 거의 같은 시기로 ‘물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MB맨’으로 불렸던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이 줄줄이 교체된 바 있다. 

최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이 이 같은 시선에 "민간 회사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그래 오지도 않았다"며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내년 초 금감원이 금융지주 CEO 선임절차에 대한 검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최근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을 신설했다. 게다가 금융위는 내년 초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임원은 “최 금융위원장이 특정인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불안감은 계속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지주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내년 초 특별검사가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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