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적용, 기업집단국에 배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의 잔여지분 인수로 인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조사에 착수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워원회(김상조 위원장)가 SK그룹의 SK실트론(구 LG실트론)의 지분인수 과정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공정위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건에 공정거래법 제23조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항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규정은 지난 2013년 8월 신설된 후 아직까지 이 조항으로 기업이나 총수가 규제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공정위가 이 규정을 적용해 고발할 경우 최 회장과 SK그룹은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행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기업집단국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자초한 최태원 회장의 잔여지분 인수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이 있다. 198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이 합자회사로 설립했으나, 1990년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며 LG실트론으로 사명으로 변경했다. 당시만 해도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고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던 때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간의 빅딜 과정에서 LG그룹의 반도체 핵심계열사였던 LG마이크론(현 SK하이닉스)은 현대전자로 인수됐고, LG실트론 만이 LG그룹에 남겨지게 됐다. 

홀로 LG그룹에 남겨졌던 LG실트론은 2000년 후반 태양광사업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태양광 사업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면서 LG그룹 내 '미운 오리새끼'로 변모했다. 지난 2015년에는 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올해 초였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이 반도체 생산 수직계열화를 위해 LG실트론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에 SK그룹은 지난 8월 LG그룹에 6200억원을 지불하고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했다. 이어 잔여지분 49% 중 19.6%를 KTB PE(사모펀드)로부터 추가로 매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잡음이 없던 SK그룹의 SK실트론 인수 과정은 마지막 남은 잔여지분 29.4%의 주인이 정해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SK실트론의 마지막 잔여지분 29.4%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SK그룹이 LG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당시 가격(1만8139원)보다 30% 이상 싼 1만2871원에 주식을 사들이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책임경영에서 최 회장이 매입한 것"이라며 "매입가격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SK그룹이 최 회장에게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업기회 유용행위 제한'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2항을 통해 규정된 '사업기회 유용행위 제한' 조항은 기업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SK그룹의 설명처럼 수직계열화가 목적이었다면 SK실트론의 지분 전량을 회사 측이 매입하면 되는데, 굳이 최 회장이 지분의 29.4%를 매입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른 과도한 추측이란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직접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장동현 SK(주) 사장은 "당초 SK실트론 인수 검토 과정에서는 LG가 보유 중이던 지분 51%를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며 "실제로도 51%만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19.6%의 잔여지분 추가매입과 관련해서는 주총을 통한 사명변경, 정관변경을 할 수 있는 '특별결의' 요건을 찾추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핵심이 된 최 회장의 지분인수와 관련해서는 SK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 이후 직접 최 회장이 잔여지분 인수 여부를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지분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에 추가 기준 확보는 실익이 없다고 했지만, 최 회장이 중국자본의 지분매입 우려 등을 이유로 개인적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불과 18일' 잔여지분 매입 시점도 논란

최 회장이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를 한 시점도 논란거리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최 회장이 SK실트론 잔여지분 29.4%를 인수한 시점은 SK그룹이 KTB PE로부터 추가 지분 19.6%를 확보한 후로부터 불과 '18일 후'다. 최 회장이 이처럼 빠르게 잔여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은 SK그룹과의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에게 SK실트론 잔여지분을 넘긴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K실트론 잔여지분 매각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4개월간 진행됐지만, 입찰자가 많지 않았다"며 "최 회장이 고가의 매입가를 제시했고, 기술유출 우려 등을 감안해 적합한 매수자라고 판단해 지분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모종의 교감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SK그룹 측은 이와 관련 "SK실트론과 관련한 논란은 대부분 SK그룹에 인수된 후 실적이 호전되면서 제기되는 주장들인 경우가 많다"면서 "인수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으며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논란의 주인공이 된 SK실트론이 SK그룹에 인수된 후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SK실트론은 LG그룹 계열이었던 2015년 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하지만 SK로 인수된 후 반도체 경기가 급반등하면서 지난해 69억원, 올해에는 3분기까지만 5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SK실트론의 상장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잔여지분을 인수한 최 회장의 주식대박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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