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늘어 자원자 줄자 학교서 참여 강요…전문가 “학교 밖 안전은 국가·지자체가 맡아야”

녹색 어머니 등 50여명의 주민들이 지난 9월 서울 신가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차 없는 통학로 확산을 위한 대시민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우리나라 초등학생 부모들은 매년 초 등굣길 교통안전지도를 책임지는 녹색어머니회를 할 것인지에 대해 가부를 묻는 가정통신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부부가 둘 다 직장을 빠지기 어려운 데다 매번 친한 옆집이나 동네에 같이 사는 전업주부인 다른 엄마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해서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한다. 혹시나 내 아이가 담임 선생님께 밉보일까 걱정돼 울며 겨자먹기로 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개그맨 남희석씨의 부인 치과의사 이경민씨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또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배우 고소영씨와 노란조끼에 깃발을 든 배우 채시라의 모습도 공개돼 ‘톱스타도 녹색어머니회는 피할 수 없다’는 농담도 떠돌았다. 

녹색어머니회는 매년 학년초 ‘모든 엄마들이 한번씩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맞벌이 가정에선 상당한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맡는 민간 자원봉사단체로 올해 6월 기준 전국 5700여개 초등학교에서 46만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지원해 참여하는 방식이지만, 맞벌이 등으로 참여할 수 없는 부모가 늘어나자 참가를 강제하는 학교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면 사정을 참작해 빼주기도 하지만 전업주부들에게만 순번이 돌아가는 것이 미안해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할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가장 부담되는건 일 년에 1~2번이지만 직장을 쉬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각 지역 육아커뮤니티에는 ‘녹색어머니 알바’ 구인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어쩔수 없는 사정으로 교통안전지도 활동이 어려운 부모들이 대신할 사람을 돈을 주고 구인 하는 것이다. 

보통의 소요비용은 1시간~1시간 30분 동안 1만5000~3만원 정도다.

지역 육아커뮤니티의 글을 워킹맘들은 “직장이 너무 바빠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데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알바를 구해서 눈치도 안보고 회사도 빠지지 않아서 돈 주고 알바를 쓰니 것이 마음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녹색어머니회를 어르신 일자리로 대신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등하굣길 교통 봉사를 해주는 어르신을 파견한다. 올해 17개 학교마다 평균 4~5명의 교통봉사 어르신을 파견했다.

한 달에 하루 3시간씩 총 10번을 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교통봉사를 나가는 어르신에겐 26만원을 지급한다. 이중 21만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5만원은 자체 예산으로 편성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청에서 고용한 어르신들이 대신 맡으시면서 바쁜 어머니들이 강제로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민들 반응이 좋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지도는 국가나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 정문 밖의 안전은 본래 지자체나 경찰이 담당하는 게 맞다”며 “학부모를 동원해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녹색어머니회 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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