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하틀리 ▲이지연 ▲마일스톤 ▲1만6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지금껏 기술지상주의자들은 컴퓨터과학과 공학을 전공하고, 코딩은 기본으로 이해하며,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 전공자들만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이는 인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절망적인 경고인 셈이다. 오죽했으면 한국 사회에서 낮은 인문계 취업률을 비꼬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과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스콧 하틀리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기술은 사회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과 의견을 필요로 하고, 코딩도 알아야 하지만 인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빅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서는 윤리가 필요하며, 딥러닝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수천 개의 기술기업을 지켜본 저자는 ‘인문학이 기술혁신을 이끈다’는 주장을 펼치며,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술 뒤에는 인간성에 대한 위대한 이해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수많은 사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얻은 통찰이다. 인류학자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심리학 전공자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통찰해 ‘페이스북’을 만든 일, 또한 철학 전공자가 ‘링크트인(LinkedIn)’을 설립하고, 역사와 문학 전공자가 ‘유튜브’의 CEO가 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말이다.

사실 기술 주도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 혁신의 속도에 반비례해서 기술의 진입장벽은 놀라운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기술적 전문지식 없이도 기술 분야를 이해할 수 있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기술 민주화 트렌드 속에서 인문학이 기술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우버는 자동차의 위치, 교통 상황, 목적지까지의 경로 등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우버는 그 모든 데이터를 보유하기 위해 자체 스토리지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우버는 클라우드 컴퓨팅 옵션 중 하나인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해 2000년보다 100배나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우버는 자체 지도 기술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구글 맵스를 사용하면 되니까. 탑승자에게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내는 데는 센드그리드라는 이메일 제공자를 이용한다. 이런 집짓기 블록들은 겨우 몇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블록들이 이 밖에도 아주 많다” (p107)

그는 책에서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이 어떻게 기업을 만들고, 혁신하고, 또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지 요목조목 이야기한다. 교육에서부터 의학, 상품 디자인, 제조업, 금융, 투자, 법, 보안, 도시 디자인, 경제발전, 효율적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인문학과 공학이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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