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위 통한 슬림화 조직 개편 강공 드라이브로 부도덕 기업 이미지 탈피
글로벌 방산 기업 성장 위해 방산비리 근절 문화 확립, 회계 투명성 확보가 관건

김조원 KAI사장은 지난 10월 새 수장으로 취임했지만 방산비리로 부도덕 기업 낙인을 지워야하고 실적도 끌어올리는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다. 사진캡처=KAI 홈페이지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이 새 수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안팎이 지났지만 부도덕 기업 낙인 지우기에 바쁘다. 경영혁신위원회(TF)를 꾸려 조직 슬림화 개편에 방점을 둔 강공 드라이브로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논란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KAI는 이번 달 안에 개발, 구매, 재무, 조직, 인사 등 5개 분과별로 경영혁신위가 체질 개선안을 도출하면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돌입, 각종 비리로 얼룩진 논란을 털어내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KAI를 2030년 매출 20조 원의 글로벌 5대 항공우주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항공정비(MRO)사업, 민항기 개발 등 핵심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KAI가 글로벌 5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두 고개가 남아있다. 방산비리 근절 문화 확립과 회계 투명성 확보가 그것이다.

우선 보잉, 록히드마틴, 에어버스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만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방산비리 근절 문화의 확립이 꼽힌다.

KAI는 경영혁신위가 이번 달 안에 개발, 구매, 재무, 조직, 인사 등 5개 분과별로 체질 개선안을 도출하면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돌입한다. 환골탈퇴 수준의 개편으로 알려져 KAI는 폭풍전야다. 사진=허홍국 기자

내부 승진 임원 원가 부풀리기

검찰이 지난 7월 회계 부정 수사 중간 수사 결과로 밝혀낸 KAI 비리는 원가 부풀리기, 비자금 조성, 신용공여, 부정한 채용이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원가 부풀리기다. 방산산업 특성상 공개입찰보다 수의계약 또는 소수의 관련기업으로 입찰이 제한된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KAI는 201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방위사업청과 FA-50계약 체결시 부품 견적서를 위조해 부품 원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방위사업비 129억 원을 편취했다.

더욱이 방사청을 기망하기 위해 해외 부품업체의 견적서 17부의 수출용 가격을 삭제했다. 충격적인 점은 내부 승진을 통해 고위 임원에 오른 구매본부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방산비리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제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서 비리 기업으로 낙인찍는 것이 KAI의 성장을 막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KAI는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그 규모는 줄어들었고 국제 신뢰도는 이번 검찰 조사로 땅에 추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2030년 매출 20조, 글로벌 5대 항공우주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비리를 근절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이번 검찰조사로 원가 부풀리기의 방산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정부 또는 외국국가와 함께 손잡고 진행되는 방산산업 특성상 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십보전진하기 위한 일보후퇴라는 측면에서 이번 기회에 털고 가는 것이 옳은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산산업 특성상 스스로 썩은 환부를 드러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글로벌 기업 필수 항목 회계 투명성

회계 투명성 확보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비상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물론 외국정부와도 함께 방산기업으로서 손발을 맞추는데 필수 항목이다. KAI는 검찰 수사 결과 사업진행율이 아닌 선급금을 매출로 인식하고, 매출실적 관리를 위해서만 선급금을 조기 투입했다. 진행되는 각 사업 단계별로 진행율을 따져가며 선급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회계처리 방식은 결국 유동성 위기를 높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KAI는 1조 원 상당의 채무가 누적된 상태에서도 1000억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선급금 명목으로 협력업체에 일시 지급해 현금 유동성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런 회계부정은 자금수지 악화로 이어져 R&D 및 부품 국산화 등 적정 사업의 수행을 곤란케 해 무기 공급 차질이나 부실 납품 등 국방력 약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T-50 고등훈련기. 사진캡처=KAI 웹진

이 같은 회계부정은 KAI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APT사업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APT사업 수주전이 KAI-록히드마틴, 보일-사브만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 이미 KAI 파트너사인 록히드마틴은 검찰조사에 관한 소명 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연방획득규정에 따르면 사업자의 건전성ㆍ정직성 결여의 위법 행위가 발생되면 입찰이 제한된다.

APT사업은 미국의 노후화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고등훈련기 T-50A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KAI는 전혀 비리가 없고, 단지 한 팀(부서)의 약점이라고 밝혔지만, 관련시장 반향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그나마 항공정비(MRO)사업이 내달 중 한국공항공사의 사업 계획서의 타당성 검토가 끝날 것으로 알려져 KAI는 연초부터 본격적인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는 6개월째 MRO사업타당성을 검토 중에 있다.

이와 관련 KAI는 회계 투명성을 갖추고 시스템 개선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KAI 관계자는 “경영혁신위가 이달 중 내놓는 안(案)을 바탕으로 국제회계 기준에 따른 회계 투명성을 갖추고, 시스템 개선으로 방산비리를 예방하는 등 기업의 체질을 바꿀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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