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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이면...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놓고 젊은층과 간극도 벌어져고도성장의 주역인 경로우대제, 정부와 지자체 비용 부담 늘어 전전긍긍
  • 이승규 기자
  • 승인 2017.12.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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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간극이 노인층과 젊은층의 대립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전체인구에서 노인(65세 이상)층이 3.9%에 불과하던 지난 1980년대 고도성장에 일조한 노인층을 위한 경로우대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올해 14.0%로 증가한 노인인구로 인해 지하철 무임승차가 되레 ‘사회적 부담’이 됐다. 

노인들은 ‘지공거사(地空居士ㆍ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이라는 뜻의 은어)’라는 말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반면 매일 출퇴근으로 곤욕을 겪는 젊은층은 “적어도 출퇴근시간 만이라도 유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보전책을 두고 각기 다른 의견으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2월 현재 수도권 지하철 전체 광역 노선은 22개 노선이다. 그 중 서울~천안, 서울~춘천 등의 서울 외곽의 관광지로 가는 ‘지하철 여행’은 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온양이나 서울과 가까운 관광지인 양평, 가평, 춘천등으로 향하는 전철은 날씨와 시간에 상관없이 노인들로 북적인다.

일주일에 2~3번 지하철을 이용해 온양온천을 오간다는 김모(76·서울) 할아버지는 “집에서 홀로 TV를 보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풍경도 보면서 온천으로 목욕을 하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재미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임승차를 활용한 ‘노인 일자리’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에게 용돈을 부탁하기도 거북한 노인들은 지하철 무임승차로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바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 전역을 누비는 노인택배다. 하루 2~4건씩 택배 배달을 해 올리는 수입은 약 월 60만~80만원 선으로 노인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다.

노인택배로 일하는 노인들은 택배 일이 적당한 운동도 되고 성취감도 느껴서 좋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하철 이용이 공짜라 택배 회사에서 나이든 사람을 채용하는데 무임승차 제도가 폐지되면 혹시나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일부 젊은층은 노인들의 무료이용이 늘면서 불편을 호소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을 이용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왕복 3시간에 가까운 출퇴근길을 서서 다녀야 한다. 노인층이 워낙 많아 거의 서서 출퇴근하다보니 일하는 시간보다 출퇴근에 지치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도시철도공사에서 무임승차로 인한 요금 면제액은 2012년 4239억원에서 지난해 5543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지하철 이용객 중 16.8%(4억2400만명)가 무임승객으로, 광주(31.6%)나 부산(26.4%)처럼 4분의 1 넘게 ‘공짜 승객’인 지역도 있었다.

이에 전국 도시철도공사의 영업손실액(8395억원ㆍ코레일 제외)의 66%가 무임 손실액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손실은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2020년에는 무임손실액이 무려 7281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복지법 제26조’에 근거를 둔 정부 정책인 만큼, 제도 유지를 위해선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레일과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무임수송으로 인한 부담이 커져 노후화된 시설 안전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의 국철도 노인 무임승차가 가능하지만 손실액의 절반 이상을 정부에서 보전해준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인 무임수송으로 인한 적자를 정부가 메워주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지난 9월 국회 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지하철 요금을 대신 내주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돼 계류 중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법이 개정될 경우 매년 평균 8000억원 가량이 정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노인들의 공짜 수요를 줄인다고 해도 지하철의 만성 적자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철도는 공공재산으로 공사들이 시설물을 유지 보수하고 개량하며 막대한 돈을 부담하는 게 적자의 원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료화로 전환된다면 오히려 이용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수익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규 기자  press33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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