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 밝혀…공정위·경찰청·중기청·특허청 협업 실효성 관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기술탈취)에 대한 처리결과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에 대한 '직권조사'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중소기업 기술탈위 근절을 목표로 공정위‧경찰청‧중기청‧특허청 간 협업체계 구축에 이어 과징금 부과 강화 등을 시행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직권조사' 조치 결과가 김상조호(號)의 운명을 가를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광주 현대기아차 코 앞에서 '기술탈취 직권조사' 경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일 현대기아차 공장이 위치한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앞으론 본부에 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문가들 중심으로 기술자문위원회도 구축해 조사와 제재에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기술개발에 대한 과소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따른 경고성 발언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소기업 기술탈취의 주범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생물정화기술 업체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대국민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가 우리 회사에서 탈취한 기술자료와 미생물 분석 결과 등을 이용해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 출원한 뒤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도 "6년 사이에 두 번이나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했다"며 "현대차가 탈취한 기술을 다국적기업(SKF)으로 유출해 우리 회사는 파산에 직면했고 해외 시장 판로도 막혀버린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업체는 청와대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다음'에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원의 글을 올렸다. 현재 2900여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현대·한화·LG전자 등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현대차와 중소 협력업체인 BJC 간 기술탈취 분쟁을 비롯해 대기업의 기술탈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오엔씨의 기술탈취 논란을 비롯해 (주)한화는 신재생에너지 태양전지판 제조용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를 개발한 (주)에스제이 이노테크와 소송 중이다. LG전자,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도 하도급대금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의 MP3 기술특허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지난 1997년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는 MP3기술을 개발해 국내특허를 냈으나, 유사 제품을 만드는 타 기업들의 특허 무효 소송 공격으로 국내 특허가 소멸됐다. 

이후 이 특허는 미국 특허괴물(NPE)인 텍사스MP3테크놀로지가 사갔고, 이 기술을 활용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3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가치는 미미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길수 있는 점을 각인시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의 폐해로 회자됐다. 

끊이지 않는 공정위의 기술탈취 근절대책…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글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신고처리에서 선제적 직권조사로 법집행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감시의 사각지대를 빈틈없이 해소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중소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유용이 여전히 상존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및 기술개발 유인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간 제재수준을 강화하고 신고유도, 부처 간 협업체계 구축 등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 협조 체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실제 2014년 12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강신명 경찰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김영민 특허청장은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정부 관련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추진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당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신고당한 14건 가운데 처분이 이뤄진 건은 단 2건에 불과했다. 12건 중 6건은 '기술자료 제공여부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 곤란 및 하도급법에 따른 하도급거래가 아님' 결정이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원사업자는 (주)이베이코리아, (주)인터파크, 아이엔티, 에스케이텔레콤, 에스케이 커뮤니케이션즈(주), (주)케이티, 롯데피에스넷(주), 한국쓰리엠(주), (주)소모홀딩스엔테크놀러지, (주)엘지화학, (주)일화, 한전케이디엔(주), (주)휴빌론, (주)엘지하우시스, (주)에스케이플래닛이었다. 

공정위 비웃는 대기업들…솜방망이 처벌에 특허무효심판까지 '대기업편'

공정위는 이어 2016년 1월 기술 유용 등을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보고 과징금 부과방식이 변경된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는 대기업의 행태는 여전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원천기술을 둘러싼 사이드 특허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이 보유한 본 특허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기업들이 특허무효심판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대기업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심판의 비중은 2008년 32.7%, 2009년 30.9%, 2010년 49.1%, 2011년 56.3%, 2012년 53.6%, 2013년 56.5%, 2014년 49.4%로 점점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 수는 2012년 182개사, 2013년 155개사, 2014년 63개사, 2015년 59개사, 2016년 68개사 총 527개사에서 526건의 기술유출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총 피해신고액은 3063억 6000만원에 달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로 국가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사업체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탈취는 기술개발 의욕 저하, 대중소기업 상생문화 저해 등 국가적으로도 많은 손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 의원은 "중소기업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불법적으로 탈취․편취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의 중소기업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며 "특히 대․중소기업 간 상생발전을 위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술자료 유출 금지 제도를 도입해 '기술자료 요구→유출→유용'의 기술침해 전 과정을 빈틈없이 규율하는 등 법 · 제도를 우회해 발생하는 편법적 기술유용도 차단할 방침"이라며 "당과 정부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시장에서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대 ·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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