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피 사각지대 3G폰…직접 ‘앱’ 설치해야 문자 수신 가능
“휴대폰 제조사·이통3사 최대 실적…기존 이용자 배려해야”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지진 발생 당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앞에서 한 관계자가 긴급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지난달 포항에서 진도 5.5 규모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국내 휴대폰 이용자들은 향후 또 다른 재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문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년전부터 3G 통신방식의 휴대폰에서는 긴급재난문자 수신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수차례 지적됐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3G 휴대폰 이용자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재난문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3G 휴대폰 이용자들이 긴급 재난 문자를 받을 수 있는 앱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용자가 직접 설치해야만 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문자메시지(SMS)를 통한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이용자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강제 발신은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3G 휴대폰 이용자 271만명에게 ‘안전디딤돌’ 앱 설치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면서 “이 중 현재까지 앱을 다운로드한 수는 3만8000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내 문자 수신자 중 1.4%에 불과한 것이다.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통신사들과 협조해 안전디딤돌 앱 설치 안내 문자를 계속해서 발송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안내 문자를 스팸으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고 간혹 전화로 문자는 왜 보내는지 또 앱을 왜 설치하라고 하는지 등 항의하는 이용자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구나 271만명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가입된 이용자들만 추산한 것으로 알뜰폰 이용자는 현황 파악이 안 돼 이번 안내 문자 발송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는 알뜰폰 이용자수를 5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전부 교체하지 않은 이상 해결책 없어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3G 휴대폰을 이용하는 상당수는 노인과 같은 재난 대비에 취약한 계층이다. 또한 값비싼 LTE 통신요금으로 인해 비교적 저렴한 알뜰폰으로 넘어간 이용자들 역시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돈 없는 사람은 재난 시에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휴대폰 제조사, 문자 발신을 담당하는 이동통신사들은 3G 이용자들이 긴급재난문자 수신이 가능한 휴대폰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서비스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재난대응정책과 관계자는 “정부와 휴대폰 제조사, 이통3사가 협의회를 갖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요인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면서 “현재 3G 이용자들이 휴대폰을 모두 교체하거나 4G LTE로 넘어가지 않은 이상 사실상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3G 휴대폰에 내장돼 있는 칩을 재난문자 수신이 가능한 칩으로 모두 교체하더라도 통신사 기지국도 칩에 맞춰 새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또 이를 정부가 강제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며, “신규 휴대폰에 안전디딤돌 앱을 미리 설치(선탑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호환성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달 만에 포항에서도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재난문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분기마다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제조사나 통신사들이 5G에만 몰두하고 있고 기존 이용자에 대한 배려는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각각 62조500억원, 15조2241억원이었으며, SK텔레콤 4조4427억원, KT 5조8266억원, LG유플러스 3조5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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