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아동수당을 아동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내년 7월 도입 예정인 아동수당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018년도 예산안 처리 협상 과정에서 소득상위 10% 가구의 아동에게는 아동수당을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수당은 정부의 저출산 해소정책 일환으로 도입되지만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현금 지원 정책이 사실상 가임 여성들에게는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우리나라는 2013년 3월부터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해결에 쏟아붓고 있지만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OECD 국가 35개국 중 31개국이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영국, 독일 등 15개국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했다. 일본, 프랑스 등 5개국은 전 계층에 지원하지만 금액에 차등을 뒀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11개국은 아예 고소득층을 배제했다. 

결과는 양육수당을 지급을 한다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반면 소득 단계별 아동수당과 함께 다양한 육아지원책을 결합했더니 출산율이 높아지고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감소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1932년 아동수당을 도입했던 프랑스는 1990년대까지 출산율 급락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1999년 ‘시민 연대협약’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동거하는 커플도 결혼한 부부처럼 법적으로 동등하게 인정하면서 출산율의 반등을 이루어냈다. 

‘시민 연대협약’은 동거 커플도 세금·의료보험을 결혼한 부부와 똑같이 혜택을 제공하고 배우자의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계약관계 해지 시에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 최고의 출산율(2.01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사내 보육원 개설, 원격 근무 도입 등 직원들의 아동복지를 지원하고, 대중교통비 할인, 조세 감면 등 아이가 성인(20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 프락시아는 지난해 출산·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 ‘레몬테라스’, ‘82쿡’ 3개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62만 1167건을 분석했다.

게시글 중 댓글이나 추천을 6건 이상 받은 4만 2556건의 핵심 키워드는 남편에 대한 글로 1만 9985건(47%)으로 50%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글은 남편들의 잦은 외근과 회식, 출장 등 육아에 대한 기여도가 현저히 낮다는 글들이었다. 

특히 아동수당이나 임신 축하금 같은 현금성 지원은 부정적이고, 남편의 육아휴직 확대와 칼퇴근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현금 수당보다는 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육아 휴직 후 복귀를 앞둔 A씨는 “아이가 아직도 너무 어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데 내년 초에 아이를 두고 회사에 복직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암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 정책을 돈으로 해결 하려 들지 말고 제발 엄마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 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금 지급보다는 일과 가정을 온전히 병행할 수 있는 아이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 공공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환경 개선에 더 많은 지원과 많은 관심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여가부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라며 “매년 3조 가까이 투입되는 아동수당을 아동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하면 연봉 3천만 원짜리 일자리를 10만 개 만들 수 있어 정부의 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2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이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기존의 자녀 지원세제와 아동수당간 최대한 중복을 허용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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