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법령 위반 기관주의ㆍ경고…단기금융 인가 지연 가능성
정부 금융권 적폐청산 시책 성장 변수로 부상 인가 안갯속

사진=뉴시스, 다음 캡처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받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증권이 기관 징계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인가를 늦게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 적폐인 불완전 판매와 법령 위반으로 기관 주의와 경고를 받은 영향이 크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해 기관 경고 이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공언한 탓에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안갯속 형국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향방에 대한 관련업계 관심이 높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미래에셋대우증권에 ‘기관 주의’, KB증권에 ‘기관 경고’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두 증권사가 지난달 중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과 함께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안(案)을 의결 받아 초대형 IB로써 성장을 예고했지만, 기관 징계로 IB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 인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5개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키워 관련업계 체력과 시장을 키우려는 밑그림을 내놓았지만, 금융당국의 더딘 인가로 초대형 IB시장 성장은 느리다.

두 번째 단기금융업 인가 연기

국내 처음으로 초대형 IB를 출범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4개월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8월 초대형 IB 육성방침을 발표하고 1년을 훌쩍 넘겼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관련업계 최초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두 번째로 초대형 IB 가능성이 높았던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도 지난달 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증권의 기관 징계는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단기금융업과 관련해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자본 건전성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초대형 IB로 지정받은 5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이 관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고, 흥행 성적도 상품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되는 등 나쁘지 않다. 나머지 4개 증권사들은 일단 외환업무만 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민주신문 DB

기관 징계 엇갈린 두 시선

기관 징계를 바라본 관련업계의 시선은 두 갈래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증권의 초대형 IB성장 사업인 단기금융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는 관측과 뒤늦게 뛰어들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단기금융의 핵심인 발행어음 분야가 국내에서 처음 시장을 여는 만큼 선점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발행어음을 처음으로 판매했는데 이틀 만에 5000억 원을 완판했다. 지난달 28일 첫날 상품 4141억 원을 판 데 이어 이튿날도 일찍부터 자금이 몰렸다. 여기에 타 증권사도 해당 상품이 흥행하는 만큼 함께 시작해야 관련 시장도 클 수 있는데, 기관 징계로 단기금융업의 인가 늦춰질 수 가능성이 있어 성장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늦게 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으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발행어음의 금융업이 금융시장에서 처음으로 연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기관 징계로 단기금융업 인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인가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시작된 발행어음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증권사가 함께 동참해 시장 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4곳 증권사가 관련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통한 시장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단기금융업의 시작이 너무 늦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선이다.

사진=뉴시스

인가 변수 정책 방향

인가 변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적폐를 청산하려는 정부가 금융권 적폐인 불완전 판매와 법령 위반에 대해 눈을 감을지 알 수 없다. 정부의 시책과는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은 올해 상반기 금융당국의 제재를 가장 많이 받았고, 이는 없애야 할 금융업계의 적폐로 꼽힌다.

금융소비자원이 금감원의 올해 상반기 금융권 제재를 분석한 결과 제재 건 수 179건 가운데 증권사ㆍ투자자문(운용)사의 제재 건 수는 69건에 달했다. 이는 전체 금융권 제재 건수의 40%다. 제재로 인한 과태료 역시 금융투자업계가 22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 당시 윤경은 대표 등이 계열사인 현대엘앤알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200억 원 가량 출자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았고, 미래에셋대우는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옵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원금 보장상품이라고 권유한 점 등이 드러나 검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두 증권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