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통과 6년째 제자리 걸음…사업비 부족, 소송 등 정상 추진 미지수

강원 춘천시 근화동 수변과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잇는 진입교량. 사진=강원도청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국인투자지역(FIZ)으로 지정된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이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붐업에 어려움을 겪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못지 않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고구려계 삼엽형 금귀걸이가 발견될 만큼 중요한 역사유적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사업을 강행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완공식을 가질 수 있을까.

착공식만 세 차례…'춘천대교'만 남을 위기

춘천 레고랜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2011년 강원도의회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토지임대·매각 동의안을 가결한 것도 6년이 지났다. 이 기간 착공식만 세 차례를 가졌다. 2014년 11월의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공식과 2015년 7월의 레고랜드 진입교량 착공식에 2016년 10월 착공보고회를 가졌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착공'의 의미를 담은 행사들이다. 

하지만 아직 테마파크 착공은 요원한 실정이다. 문화재 보존문제, 투입자금 미확보 등으로 인해 시공사와의 계약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도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재원조달방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사비가 계속 늘자 매각 가능한 중도 사업부지를 전부 팔아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근화동 수변과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잇는 진입교량은 준공됐다. '춘천대교'로 명명된 이 다리는 근화동 수변과 하중도를 잇는 폭 25m(4차로), 길이 966m의 사장교로, 강원도와 춘천시가 850억여원을 들여 2015년 6월 착공해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는 원형 주탑을 중심으로 양옆 상판 케이블에 2800개 가량의 LED 조명을 설치한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할 계획이다.

춘천 중도에서 발굴된 고구려계 삼엽형 금귀걸이. 사진=문화재청

공사비·건설사도 선정 안 돼…문화재발굴도 난제

춘천 레고랜드의 착공이 늦어지는 이유는 재원조달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화재발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 공사비는 물론 건설사마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일부 착공은 가능할 수 있으나 전체 공정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우선 대림산업이 테마파크를 착공하기 위해서는 상·하수도, 전기·가스 등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중도 상부쪽의 발굴이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350여억원 규모의 기반시설 공사를 맡고 있다. 

공사비 조달방안은 물론 정확한 공사비 수준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림산업과 두산건설은 테마파크의 실제 공사비로 추정되는 1750여억원의 금액을 낮추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비는 테마파크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변부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달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부지 매각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중도 사업부지를 담보로 2050억원을 대출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주변부지가 팔리더라도 대출금을 우선 변제해야 해 공사비로 쓰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테마파크 완공까지 최소 3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투입된 금액이 1500억 원 가량으로, 향후 500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교량, 상하수도, 전기 등 10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재원조달에 대한 불안으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은 현대건설산업이 가장 먼저 사업에서 손을 뗐고, 대림산업도 진입교량공사 등을 진행중이나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현재 두산건설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사비를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강원도의회에서 시행사인 레고랜드 본사인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안을 주문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첫 외국인투자지역 지정…법인세 감면 등 특혜 '듬뿍'

레고랜드는 1968년 6월, 덴마크의 작은 도시 빌운트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개장 첫 해에 62만 5000명이 방문해 성공시대를 열었다. 1996년 세계시장에 나섰다. 그 첫걸음으로 영국 윈저에 60만 7000㎡ 규모의 레고랜드 윈저가 개장됐다. 이후 2012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여섯 번째 레고랜드가 들어선 이후 일본과 한국이 레고랜드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2013년 10월 강원도는 세계 일곱 번째 레고랜드가 춘천에 들어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일곱 번째 레고랜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차지했고, 여덟 번째는 일본의 나고야에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 

2011년 12월 1일 세계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은 KOTRA 주관으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 투자설명회(IR)에서 레고랜드 코리아 춘천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신고서를 체결했다. 체결식에서 존 야콥슨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 레고랜드 총괄사장은 춘천 중도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FIZ)으로 지정하고, 진입교량 등 각종 인프라건설 지원과 조세 감면 등 인센티브 지원 등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2013년 9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춘천레고랜드는 투자활성화를 위한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자원부,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강원도, 춘천시, 코트라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차원의 지원협의체는 사업추진과정에서 애로사항 등을 해결했고 산업자원부는 2014년 4월 레고랜드코리아 조성지역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했다.

1억달러 투자약속으로 춘천 레고랜드가 받은 혜택은 엄청나다. 레고랜드 코리아 부지 28만 1072㎡ 무상임대 100년(50년+50년 1회 연장)을 비롯해 투자기업 7년간 법인세 255억 2000만 원, 15년간 취득세 28억 40000만 원, 재산세 24억 원이 감면된다. 또 관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는 신고일로부터 5년내 도입자본재에 대해 100% 감면된다. 진입교량 공사비 895억 원이 지원됐다. 

레고랜드 코리아 계획도. 사진=강원도

고구려계 삼엽형 금귀걸이 국내 첫 발굴…레고랜드는 유적과 유물의 寶庫

2014년 7월 29일 문화재청은 중도유적 중간발표회에서 청동기 집자리 925기, 청동기 지석묘 101기, 수혈유구(저장구덩이) 365기 등 대규모 유적이 중도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유적과 함께 우리나라 주거지에서는 처음 출토된 비파형 청동검, 남한에서 두 번째로 발굴된 청동도끼,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잇는 중요한 유물인 둥근바닥 바리모양 토기(원저심발형토기) 수 천점까지 엄청난 유물이 출토됐다.

더욱 관심을 끄는 유적은 총 길이 404m로 방어용 시설인 청동기시대 환호(環壕)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도 최대의 환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개의 강이 자연 해자(垓字)로 이루어진 중도에서 환호가 발견된 것은 청동기시대에 이미 계급사회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유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101기의 지석묘는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대규모 지석묘 유적으로 그중 48기의 고인돌이 열을 맞추어 위계식으로 조성된 특별한 유적으로 알려졌다.

중도 발굴에서 특히 중요한 유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주거지에서 발굴된 비파형 청동검과 부채모양 청동도끼다. 비파형 청동검은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40여 점밖에 출토되지 않은 고조선의 지표유물이다. 그 동안 주로 무덤에서 발굴되어 의식용으로 알려졌으나, 중도 40호 주거지에서 처음으로 발굴되어 비파형 청동검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채모양 청동도끼는 북한지역에서는 가끔 발굴되지만 남한에서는 속초 남양동 유적에서 한 점이 발굴된 이후 중도에서 두 번째로 발굴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무덤에서 발굴된 의식용이 아니라 주거지에서 출토된 것이라서 의미가 크다. 이중 국내 처음으로 중도에서 고구려계 삼엽형 금귀걸이가 발굴되면서 레고랜드 사업부지인 중도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유적과 유물의 보고(寶庫)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도의 고인돌을 두고 중국의 홍산유적과 한반도를 이어주는 중요한 유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고인돌 유적을 훼손할 경우 한반도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고인돌 군락마저 없앨 경우 고대사 연구에 치명적 오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레고랜드 테마파크 시행사인 엘엘개발은 소량의 모래를 유적지의 중간에 쌓는 한편 공사차량으로 중도유적지의 수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강원도는 이와 관련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용철 강원도 대변인은 "멀린사 및 시공사와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고, 공사는 문제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홍진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최근 강원도의회 도정질의에서 두산건설과 협상 진행과 관련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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