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화학·철강·시멘트업계, 정부에 탄소배출권 가격 개선 건의…산림탄소상쇄제도 참여기업 13개뿐

현대제철 전경.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자 배출권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산림 탄소흡수량을 높이기 위해 산림청이 주관하는 산림탄소상쇄제도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급등…2016년 6월 이후 47.6% 상승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급등세다. 한국거래소 24일 종가 기준으로 톤당 2만 8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2일 종가 기준 2만 7000원보다 1000원이 오른 것이고, 열흘 전인 12일 2만 2000원보다 6000원이 상승한 금액이다. 특히 탄소배출권이 본격 거래된 2016년 6월 기준 1만 6600원보다 1만 1400원(47.6%)나 오른 가격이다. 향후 거래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부족할 경우 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기업에 부여한 것으로, 한국거래소를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정부가 할당한 양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거래소에서 사야 한다. 결국 발전·석유화학업계 등 배출권이 많이 부족한 기업들은 이를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자 발전·화학·철강·시멘트업종 21개 업체가 정부에 시장 상황을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여유기업들이 불안심리 때문에 배출권을 매도하지 않아 시장에 공급량 부족현상이 발생하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SK E&S·현대제철 등 영향…과징금 2조 5000억 추정

한국전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SK E&S 등 발전업체를 비롯해 현대제철, LG화학, 한화케미칼, 삼표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21개 기업은 지난 28일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동양시멘트 등 발전·석유화학·시멘트업계 27개사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현행 온실가스 배출권시장 문제점 개선에 관한 공동건의문을 전달한 데 이은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배출권 여유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 불확실성, 규제 강화 및 가격 상승 예상 등을 이유로 판매하지 않고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출권 시장은 정부에서 만든 인위적인 시장인 만큼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올해는 1차 배출권 할당 계획기간(2015~2017년)이 끝나는 해여서 배출권 품귀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급등은 당장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배출권 부족기업이 물량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배출권 부족 기업이 올해 배출권 시장평균 가격 2만 1036원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낼 경우 전체 과징금 규모는 최대 2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배출권이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경우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림청-문화재청 문화재 보수용 금강소나무 숲가꾸기 1일 체험행사. 사진=뉴시스

온실가스 배출기업 나무심기 외면…산림탄소상쇄제도 참여기업 13기업뿐 

반면 온실가스 배출기업들 대부분 나무심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기업과 산주 등 사업자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산림 탄소흡수량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산림탄소상쇄제도가 저조한 참여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산림탄소상쇄제도는 기업, 산주 등 사업자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무심기 등 탄소흡수원(산림 ‧ 목재)을 증진하는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산림 탄소흡수량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2012년에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듬해인 2013년 2월에 탄소흡수원법 시행으로, 현재 녹색사업단과 한국임업진흥원 산림탄소센터가 통합돼 운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 을)이 한국임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산림탄소상쇄사업에 등록된 기업은 13곳에 불과했다. 2013년 이브자리를 시작으로, 2014년 신세계, 2015년 금호타이어·CJ대한통운·롯데마트·대창제지·엔바이오니아·유한킴벌리, 2016년 파로호느릅마을, 2017년 한국중부발전 등이 참여했다.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에 따른 정부 대책을 촉구한 기업들 대부분 나무심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산림탄소상쇄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큰 요인으로 취약한 거래기반이 꼽힌다. 또 수요처가 정부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 예산으로 산림탄소 거래자금 약 8억 4000만 원만이 확보된 상태다. 만약 앞으로 정부외 다른 수요처가 등장하지 않고 정부의 예산만으로 탄소흡수량을 구매한다면 산림탄소거래자금은 2~3년 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산림탄소상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래시장'이 현재보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출권 할당을 과거 3년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기업으로 하여금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투자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파생상품 도입으로 유동성 증대가 가능한 만큼 현재와 같이 잉여 배출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파생상품(futures) 거래를 통해 배출권 거래 실무자들의 불안에 따른 거래회피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최준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요소중 하나가 제도의 안정된 운영과 예측가능성"이라며 "국내 시장은 미래여건 변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여유분에 대한 매도보다는 보유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산림은 UN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핵심 탄소 흡수원이고 산림을 어떻게 가꾸고 보전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산림탄소흡수량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유도와 함께 중장기적 거래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8일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권시장 문제점 개선을 건의한 배출권 부족기업 공동 건의문에는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SK E&S㈜, 현대그린파워㈜, 한국열병합발전협회, 현대제철㈜, 노벨리스코리아㈜, ㈜ LG화학, 여천NCC㈜,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대림산업㈜, LG 엠엠에이㈜, 폴리미래㈜, 금호피앤비화학㈜, 성신양회㈜, 쌍용양회㈜,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현대시멘트㈜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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