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 신라면블랙 ‘허위·과장광고’ 과징금 1억5,500만원
 소비자 기만 불구, 농심 “광고문구는 수정, 가격변경·공식사과 계획 없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갖춘 제품’이라는 자랑도 덧붙였다.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이라는 이유로 가격도 2배 이상 비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최근 ‘허위·과장광고’로 과징금 명령을 받은 ‘신라면블랙’ 얘기다. 라면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는 광고와 달리 영양 성분은 부족했고, 몸에 나쁜 나트륨은 더 많았다. 결국 소비자들을 철저히 속인 셈이다. 그럼에도 농심 측은 소비자들에게 사과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민을 상대로 한 농심의 뻔뻔한 상술은 물론, 도덕성 마저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     © 민주신문


 
지난 4월 12일, 라면 시장에 주목할 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농심(회장 신춘호)이 내놓은 ‘신라면블랙’. 국내 라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은 ‘신라면블랙’이라는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을 내놨다. 값도 라면 하나에 1,300∼1,400원이었다. 기존 ‘신라면’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했다.
 
몸에 나쁜 나트륨 더 많아
 
농심은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신라면 25주년 기념으로’라는 이름으로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가리키면서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이라고까지 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신라면블랙은 출시 이후 두 달간 16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농심의 ‘사기극’은 여기까지였다. 신라면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에 해당하는 영양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신라면블랙의 영양가는 설렁탕 한 그릇에 비해 탄수화물이 78%·단백질이 72%였고, 철분은 4%에 불과했다. 신라면블랙은 비만과 관련 있는 지방 성분이 설렁탕 한 그릇의 3.3배, 고혈압 뇌중풍(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나트륨이 1.2배 들어있다. 이 라면 하나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성인 하루 영양소 섭취 기준치의 97%나 된다. 농심은 이런 신라면블랙에 ‘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고 표시해놓고 ‘완전식품에 가까운 보양식사’라고 허위 선전했다.

이에 공정위는 선전 내용이 엉터리라며 포장지에 표기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면’을 갖고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한 농심의 처사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농심이 신라면블랙을 통해 두 달간 1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출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과징금이 서민 소비자를 우롱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제재로 충분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농심 측의 태도다. 농심은 “공정위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고객 사과문이나 가격인하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에서 문제삼은 것은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인하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공식적인 사과도 계획된 게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를 비롯한 업계에서조차 농심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오너인 신춘호 농심 회장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신라면블랙 출시는 오너인 신춘호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문제가 된 ‘우골보양식사’라는 표현을 비롯해 각종 홍보 문구를 세세하게 지시하며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신춘호 회장은 지난 200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쥐머리 새우깡 사건’ 때도 자신이 직접 사과하지 않고 당시 전문경영인이었던 손욱 대표이사 회장이 사과하도록 했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오너가 전문경영인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너가 직접 나설 정도로 회사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인 신라면블랙. 하지만 이번에도 신춘호 회장의 공식적인 사과는 듣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심판’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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